"인력감축 명분 만들기?" 홈플러스 기업회생 돌입에 의구심 커진 까닭

2025-03-05

[비즈한국]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밟는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사전적 예방 차원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하지만, 직원들은 당장 회사 운영에 차질이 없는 상황에서 회생절차에 돌입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회생절차 돌입, 내부 고용 불안 확산

홈플러스가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자정 3분께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고, 법원은 오전 11시쯤 개시 결정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잠재적 자금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으며 법원의 신속한 개시 결정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2월 28일 한국신용평가는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내렸다. 한국기업평가도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금융채권 상환은 유예되지만, 협력업체와 일반적인 상거래 채무는 회생절차에 따라 전액 변제하고, 임직원 급여도 정상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등 모든 채널도 정상 영업한다.

하지만 회생절차 개시 소식에 소비자들은 술렁이고 있다. 4일 방문한 홈플러스 점포의 근무 직원은 “오늘 매장을 찾은 고객 중에 ‘이제 홈플러스 없어지냐’고 묻는 분들이 많았다”며 “매장은 아무 영향 없이 정상 운영된다고 설명해드렸다”고 전했다. 5일에는 CGV, 신라면세점, CJ푸드빌 등이 홈플러스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홈플러스는 4일 사내 공지를 통해 직원들에게도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다고 알렸다. 직원들은 생각지 못한 상황에 당황스럽다는 눈치다. 한 직원은 “바이어들의 경우 업체들과 협상을 하느라 온종일 정신이 없었다. 대금 지급이 한 달가량 보류될 상황이라 업체들과 관련 논의를 하느라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직원들 사이에서 고용 불안감도 퍼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물품대금 미지급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사전적 예방 차원에서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과잉 대응이라는 지적과 함께 구조조정을 위한 명분 만들기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커지는 분위기다.

홈플러스 본사 직원 A 씨는 “현금으로만 매월 1000억 원 이상이 들어온다. 어음 결제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해서 현금이 도는 상황인데 굳이 기업회생을 신청해야 했을까 싶다”며 “블라인드(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그런 이유로 많은 직원이 회사의 결정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직원 B​ 씨는 “최근 부·울·경 점포 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을 때 월 평균급의 약 18개월분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이후 직원들 사이에서는 회사가 더 좋은 조건으로 희망퇴직을 제시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이마트 정도의 희망퇴직 조건을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소문이 확산되는 분위기였다”며 “하지만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조건의 희망퇴직이 아닌 권고사직이 시작될 것이란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C 씨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MBK파트너스의 근로자 대량 해고 문제가 거론됐다. MBK가 구조조정에 부담을 느끼게 된 상황인데, 회생절차를 밟게 되면서 MBK가 아닌 법원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라는 명분을 만들게 된 게 아니냐”며 “회사 상황이 어려우니 강력하게 구조조정을 하더라도 노동부 등에서도 함부로 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직원들 사이에서 기존에는 눈치 보며 하던 구조조정을 이제는 대놓고 하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법원도 현재로서는 문제가 없지만 5~6월경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발생할 리스크가 있어 대응한 것”이라며 “(기업회생절차 개시는) 금융부채에 대한 절차적 대응이기 때문에 인력 조정과는 무관하다고 내부에서 소통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각 실패, MBK 위기감 커졌나

노조 측도 인력감축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홈플러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노동자들에게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중 사측에 공문을 발송하고 오후 5시까지 답변을 요청했으나 받지 못했다”며 “회생절차에 들어가면 직원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하겠다고 나올 텐데 그렇게 되면 현장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더는 인원을 줄일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전체 직원의 10%가량이 매년 정년퇴직으로 회사를 떠난다. 최근 희망퇴직을 진행한 지역의 점포들은 인원 부족으로 현장이 난리가 났다. 회사나 MBK파트너스의 김광일 부회장은 최근 3~4년간 다른 대형마트보다 더 많은 인원을 채용했다고 홍보하지만, 그만큼 퇴직 인원이 많아 매장을 운영하려면 채용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업계는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을 선택한 것을 익스프레스 매각 실패의 영향으로 풀이한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6월 기업형 슈퍼마켓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별도 매각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으나, 결국 인수자를 찾는 데 실패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의 예상 매각가는 7000억~8000억 원으로 거론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익스프레스 매각 자금으로 몇 년간 버틸 수 있고, 자연스럽게 다음 M&A를 할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매각 작업에 실패한 상황이다. 당장 회사에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아니지만, MBK가 익스프레스 매각 실패로 위기의식을 크게 느낀 것 같다”고 언급했다.

박해나 기자

phn0905@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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