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가격’ 입소문 타고 북적북적… 서울 청량오락실
딸그랑. 100원짜리 동전 한 개가 들어간다. 60평 남짓 규모의 작은 공간에 펌프(Pump it up), 이지투디제이(EZ2DJ)를 포함해 60대의 오락기가 알차게 들어 있다. 한 끼 식사에 1만원은 우습게 소비되는 요즈음, 30년 전에나 가능했던 가격으로 오락실의 전성기였던 시대의 게임들을 즐긴다. 서울 동대문구의 청량오락실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오락실은 평일에도 꽤 시민들이 찾는 편이지만 주말에 비할 바는 아니다. 평일에는 인근 주민들이 주를 이뤘다면 토, 일요일에는 인터넷 등으로 입소문을 타고 온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4인 플레이까지 지원하는 ‘던전앤드래곤2’ 게임에는 친구 셋이 함께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고, 특히나 인기가 있는 것은 ‘펌프’로 부부가 같이 신나게 땀을 흘리며 경쟁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대기하는 사람은 기기 위에 동전을 올려둔 채 기다리는 ‘오락실 매너’를 잊지 않는다.
흔히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조이스틱과 버튼으로 구성된 오락기가 잔뜩 놓인 형태의 오락실은 이제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다. 오락실은 기본적으로 사용자가 게임에 능숙할 경우 시간 대비 수입이 대폭 감소한다. 자연스럽게 게임 시간이 일정한 리듬 게임, 격투 게임이 오락실 시장의 대세를 잡게 됐다. 마지막 오락실 세대가 기억하는 오락실 내부의 모습이 각종 체험형 리듬 게임과 십여 대의 ‘철권 7’ 기기의 모습인 것도 그 이유이다.





하지만 오락실도 시대의 흐름에 직격탄을 맞게 된다. 2018년 당시 오락실에서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언제든지 다른 사람들과 게임을 할 수 있던 철권 7이 PC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2019년도에 이르러 오락실 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오락실의 주력 게임 중 하나였던 철권이 철수한 뒤, 남아 있던 리듬 게임들조차 PC 시장으로 옮겨가거나,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나마 살아남은 오락실들은 흔히 ‘월광보합’이라고 불리는 불법 아케이드 기판을 사용하는 오락기로 전부 교체하고, 인형뽑기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
지난해 10월 시작한 청량오락실은 짧은 시간에도 많은 입소문을 탔다.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크게 작용했다. 청량오락실을 기획한 손채원 BS산업 자산관리실 팀장은 “원래 수익을 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며 “손님 모으기를 통해 상업시설을 조금 더 활성화하고자 시작했던 콘텐츠였다”고 말했다.






청량오락실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튜버나 인플루언서 등이 오락실을 발굴하여 알리게 되자 젊은 세대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인근 상권도 활성화하고 있어서다. 오락실이 생기기 전 주말 평균 방문객은 4000명 정도였지만, 지금은 약 7000명에서 1만명 정도까지 이르렀다. 이는 단순히 오락실 문화의 부활을 넘어서 지역 사회와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오락실은 단순한 게임장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소통과 즐거움, 추억을 제공하며 지역 사회와 문화의 일부이다. 특히 디지털화한 현대사회에서 친구, 연인, 가족들과 현실적인 교류와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번 주말은 집구석에 돌아다니는 동전을 모아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오락실을 가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최상수 기자 kilro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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