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주환 기자 = 글로벌 게임업계가 봄부터 대형 신작 '몬스터 헌터 와일즈'의 등장으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28일 출시된 '몬스터 헌터 와일즈'는 20년 넘게 일본 시장에서 국민 게임으로 자리매김한 캡콤의 간판급 게임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최신 작품이다.
'몬스터 헌터' 시리즈는 한국에서 2000년대 소니의 휴대용 게임기 'PSP' 버전 발매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인지도를 쌓기 시작했고, 2018년에는 '몬스터 헌터: 월드'가 캡콤 공식 작품 최초로 PC 버전으로 나오며 젊은 세대까지 즐기는 게임이 됐다.
다른 이용자와 협동해 거대한 몬스터를 사냥하고, 획득한 소재로 장비를 만들어 더 강한 상대에게 도전한다는 게임의 얼개는 수많은 국내외 액션 역할수행게임(RPG)의 콘텐츠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다.

◇ 짜릿한 전투의 손맛…접근성 낮춘 게임플레이 호평 '몬스터 헌터'의 핵심 콘텐츠는 게임의 제목처럼 플레이어가 '헌터'가 되어 다양한 무기를 활용해 괴수를 사냥하는 것이다.
'와일즈'에는 총 14종의 개성 있는 무기가 등장하는데, 각각의 무기는 모두 제각기 다른 운용법을 가지고 있다.
무기 조작에 직접 관여하는 키 자체는 3∼4개로 많지 않지만 각각의 동작은 다른 동작으로 가지를 뻗으며 연계되게끔 설계돼 있다.
태도나 슬래시액스처럼 방어가 없는 일부 무기는 적의 공격 패턴에 맞춰 받아치는 동작으로 대응해야지만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와일즈'의 전투는 조작법을 익히기는 쉽지만, 상황에 맞게 적재적소에 쓸 수 있게끔 마스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만큼 복잡한 조작 방법으로 강한 몬스터를 혼자 쓰러뜨리고 나면 커다란 성취감이 든다.
전작인 '월드'나 '라이즈'에 비해 진입 장벽도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스토리 구간에서 만날 수 있는 적들은 공격력이 낮고 패턴도 빈틈이 크게끔 의도적으로 설계돼있어 액션 게임 경험이 어느 정도 있는 이용자라면 거의 죽지 않고 클리어할 수 있다.
전작들은 사냥 도중 도망친 몬스터가 어디로 갔는지 추적하려면 '페인트탄'을 쏘거나 직접 맵을 수색해야 했는데, '와일즈'에서는 미니맵에 실시간으로 표시돼 편의성을 높였다.
물론 엔드 콘텐츠 구간에 들어서면 난도가 상당히 올라가기에, 여전히 '와일즈'는 도전적인 게임이다.
사막, 설원, 숲, 산악 지대 같은 다양한 자연환경과 풍부한 몬스터의 행동 패턴 묘사 속에는 20년 동안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온 캡콤의 장인 정신이 녹아있다.

◇ 늘어지는 '걷기 시뮬레이터' 스토리·PC 최적화 불량은 단점 '와일즈'는 넓은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탐험하는 이용자 경험을 강조한 게임이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초반 구간에서는 이런 장점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 주범은 걸핏하면 등장해서 게임플레이의 흐름을 끊어먹는 스토리 요소다.
제작진은 다른 캐릭터와의 상호작용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탐색해서 몬스터를 찾아내는 요소를 초반 구간에 배제했다.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이동하는 퀘스트 동선에서 조금만 벗어나려고 하면 자꾸 NPC(플레이어가 조종하지 않는 캐릭터)들이 '어디 가?'하며 자동으로 플레이어의 뒷덜미를 잡아 멈춰 세우고, 퀘스트 도중에는 마을 이용도 제한된다.
나름대로 서사를 강조하려는 시도로 읽히나, 이런 소위 '걷기 시뮬레이터' 구간들은 전혀 새롭지 않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일본산 PC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인 최적화 불량은 '와일즈'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와일즈'는 RTX 3070 Ti GPU(그래픽처리장치)를 장착한 PC에서는 AI 기반 업스케일링 옵션을 선택하고, 그래픽 옵션도 상당히 희생해야지만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했다.
그마저도 지형이나 의상의 텍스처가 제때 로딩되지 않는지 찰흙 같은 형태로 출력되는 일이 잦았다.
캡콤이 작년 출시한 '드래곤즈 도그마 2'보다는 쾌적한 수준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PC 게이머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고 특히나 한국 시장에서는 PC 플랫폼 점유율이 압도적인 만큼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와일즈'는 2004년 첫 작품 발매 후 21주년을 맞은 '몬스터 헌터' 시리즈의 명맥을 잇는 수작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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