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가 성숙기에서 노년기로 접어드는 시기. 갱년기의 사전적 정의다. 대개 40대부터 서서히 시작하는 갱년기는 50세를 전후해 본격적으로 체내 호르몬 분비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여러 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증상까지 불러온다. 남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성 기능과 관련된 변화가 생기며, 여기에 그치지 않고 몸과 마음 전반에 걸쳐 이전과는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심하면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건강하게 관리하면 특별한 조치 없이 적응하며 지나갈 수 있는 이 시기를 잘 이해할수록 노년기로의 이행이 보다 수월해진다.

일반적으로 갱년기 증상은 여성이 더 많이 체감하는 경우가 많다. 수십년간 유지되던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히 줄면서 안면홍조, 불면, 우울감 등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변화는 난소의 노화로, 월경이 점차 뜸해지면서 주기가 불규칙해지는 과정을 지나 배란과 여성호르몬 분비가 중단되면 결국 생식 활동이 멈추고 월경이 완전히 그치게 되는 것이다.

갱년기에 겪기 쉬운 또 다른 흔한 증상으로는 혈관운동에 변화가 나타나 생기는 안면홍조와 수족냉증, 가슴이 두근거리는 심계항진을 들 수 있다. 신경과 근육에도 영향이 미치므로 어깨 결림과 두통·요통·관절통 등을 느끼기도 쉽다. 정신적으로는 수면장애, 불면, 불안, 무기력 같은 증상이 생기며, 감정 기복이 심해지기도 한다. 이창훈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부인과 교수는 “갱년기가 중·후반으로 넘어가면 피부 건조와 손발 저림, 몸에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이상감각도 흔해지고, 질건조증과 질염, 방광염, 배뇨통 등 비뇨생식계의 위축 증상도 뚜렷해진다”며 “이와 함께 호르몬 저하로 인한 골다공증 위험 증가 역시 갱년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의학에서는 갱년기 증상을 치료할 때 체질과 증상에 따라 몸의 균형을 바로잡는 맞춤형 치료법에 초점을 맞춘다. 한의학에선 갱년기를 오장육부 전반의 정기(精氣)가 일정 수준 이하로 쇠퇴한 시기로 보기 때문에 생식 기능뿐 아니라 몸 곳곳의 장기와 부위가 저마다 다르게 약해지는 개인별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한방에서의 갱년기 진단 역시 검사를 거쳐 진행하는데, 대표적인 검사 종류로는 경락기능검사, 자율신경검사(HRV), 설진(혀의 형태 및 설태의 상태를 사진으로 찍어 관찰하는 진단법) 등이 있으며 검사 결과와 환자의 증상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치료를 진행한다.
호르몬 변화로 신체기능 저하
여성 75%는 치료 없이도 호전
남성, ‘호르몬 보충’ 치료 효과
건강한 노년 향한 과도기 인식
꾸준한 운동·균형 잡힌 식사를
한의학적 여성 갱년기 치료는 여성호르몬을 직접 보충하기보다는 오장육부의 기능 불균형을 조절해 불편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중점을 둔다. 갱년기의 근본 원인을 노화에 따른 신허(腎虛)로 보는데, 단순히 신장 기능의 저하라고 해석하기보다는 기력 저하와 질환의 만성화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에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血瘀·혈어), 가슴이 답답하며(肝鬱·간울), 얼굴이 화끈거리는(心肝火旺·심간화왕) 등의 증상도 장부 기능의 불균형으로 봐서 함께 치료한다.
치료에는 대체로 한약과 침을 함께 활용해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인 한약 처방으로는 계피탕, 사오계피탕, 청심련자음, 가미소요산, 계피문단탕 등이 사용된다. 다만 갱년기 증상이 환자의 환경과 성격, 오장육부 쇠퇴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나더라도 여성 중 75%는 별다른 치료 없이 호전된다. 그러므로 변화에 자연스레 적응한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지내다 때때로 심한 증상이 있을 때 이를 완화하는 치료를 병행하면 일상의 불편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창훈 교수는 “여성의 갱년기는 노화에 적응하는 시간으로, 걱정과 달리 자연스럽게 벗어날 수도 있다”며 “체질에 맞는 치료법으로 증상을 완화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이 슬기로운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남성의 갱년기 역시 주된 원인은 호르몬 변화에 있다. 하지만 여성의 갱년기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증상이 더 서서히 진행돼 자연스러운 노화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남성 갱년기 증상으로는 성욕감퇴 및 발기부전과 같은 성 기능 이상, 우울증과 분노, 무기력감 등 정신적 증상, 근력과 근육량 감소 및 내장 지방 증가 등이 있다. 이외에도 만성피로, 불면증 및 식은땀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다양한 증상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남성의 갱년기 증상은 한편으로 당뇨·고지혈증·비만 등 대사증후군과 심혈관계 질환, 수면 부족 등이 얽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그 배경에 있는 과음과 흡연, 스트레스 등의 요인은 남성호르몬 생성을 저하하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박민구 고려대 안암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남성 갱년기는 방치하면 삶의 질 저하뿐 아니라 건강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증상을 인지하는 즉시 정확한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정상 이하로 떨어지는 속도가 비교적 빠르고 감소한 호르몬의 영향으로 신체·정신적 변화가 심할 경우 갱년기 치료를 받을 수 있다. ‘후기발현 성선기능저하증’이라고도 하는 갱년기 남성호르몬 감소 증상은 이 호르몬을 보충하면 쉽게 완화된다. 근육 주사 및 비강 내 겔 제제 도포 등을 통해 체내로 테스토스테론을 보충하는 방식이다.
단, 일부 환자에게는 혈색소 및 전립선 수치 상승 등이 나타날 수 있어 치료 전 반드시 전립선 상태를 파악해야 하며 치료 중에도 주기적인 검사를 통해 관련 수치를 확인해야 한다.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은 전립선암을 진단받은 경우, 심혈관계 질환으로 급성기 치료를 받은 지 6개월 이내일 때에는 시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남녀 공히 갱년기를 건강하게 지나갈 수 있게 돕는 가장 좋은 생활습관으로는 꾸준한 운동이 꼽힌다. 노년기에 더욱 줄어드는 근육을 미리 키워둘 수 있게 근력운동을 하면서 심폐 기능을 향상시키는 유산소운동까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박민구 교수는 “건강한 노년을 위해선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식사, 스트레스 조절과 함께 전문의를 통해 남성 갱년기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관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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