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재양성 대계] "AI 인재 확보 위해 적절한 보상 필요"

2025-03-20

김유철 LG AI연구원장 인터뷰

중국의 AI 성공 사례가 주는 교훈

[서울=뉴스핌] 김아영 기자 =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 확보를 두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공계 인력들이 대부분 의학계열 진학에만 열을 올리고 있고, 남아있던 인재조차 해외 기업에 뺏기는 등 관련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단 한국이 AI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면 인재 확보가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만난 김유철 LG AI연구원 전략부문장은 "AI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인재와 인프라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이 AI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것도 인재 영입과 인프라 투자에서 비롯됐다. 딥시크 모델은 순수 국내파가 모여 개발한 결과물이다. 결국 좋은 인재들이 모여 꾸준히 연구하면 세계를 흔들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LG AI연구원의 인재 확보 비결?…"업무 환경"

LG AI연구원이 인재 확보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배경이다. 김 부문장은 "구성원이 성장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해야 인재가 모이는 선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며 "적극적으로 좋은 인재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 인력들의 업스케일링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라고 말했다.

김 부문장은 LG AI연구원에서 전략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AI연구원의 기술적 전략이나 방향성을 수립하고, 인재 육성 활동을 담당하고 있다. AI의 안전 및 신뢰성 분야에 대한 대외활동 역시 김 부문장의 책임이다.

LG AI연구원은 2020년 12월에 출범했다. 이 당시부터 김 부무장이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어떻게 하면 우수한 인재들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지'였다.

그는 "환경이라는 것은 인테리어 같은 게 아니라 좋은 선배와 동료가 있고, 도전해 볼만한 좋은 AI, 산업 현장의 실제 데이터, GPU 인프라까지 다 갖춰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런 요소를 열심히 확보한 덕분에 AI연구원에 우수한 인재가 모일 수 있었다"고 했다.

◆AI 생태계 조성, 인재 있어야 가능

최근 중국 딥시크의 등장 이후 AI 생태계는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는 게 김 부문장의 설명이다.

그는 "미국과 함께 중국이 (AI 시장에서) 글로벌 톱2로 분류되고 있다"며 "꾸준하게 투자를 했던 덕분에 주목할 만한 사례로 언급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화제가 됐던 딥시크 모델 역시 갑자기 나온 게 아니라 버전3부터 주목을 받았다"며 "그걸 기반으로 R1모델도 만들어 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훌륭한 인재가 모여 꾸준히 연구하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고 이를 활용하는 산업 생태계들도 형성돼 있다는 게 주목할 만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LG 역시 오픈소스인 LG 엑사원을 현재 3.5버전까지 공개했다. 김 부문장은 글로벌 오픈소스 생태계에서 LG AI연구원이 한국 AI 생태계에 공헌할 것으로 봤다.

그는 "AI는 직접적으로 국가 간의 전략 자산화가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 AI 생태계에 공헌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AI 생태계를 직접 확보하지 못한 곳들은 대부분 미국이나 중국의 오픈 소스를 많이 사용하는데, 지정학적 정세를 고려해 제3의 옵션이 필요하다고 언급하는 해외 전문가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LG의 엑사원은 지정학적 균형자로서 세 번째 옵션을 제공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는 게 김 부문장 설명이다.

특히 엑사원은 제너럴 인텔리전스를 넘어 산업 분야에 특화된 슈퍼 인텔리전스를 지향하고 있다. 더 많은 활용 사례가 만들어져 해외로 기술과 응용 사례를 수출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 부문장은 "엑사원이 3.0에서 3.5버전으로 출시될 때 4개월 정도 기간이 소요됐는데, 한 단계씩 버전을 올리는 것을 1년 주기로 생각하고 있다"면서 "다만 최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중간에 특화 모델을 공개하는 전략을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G AI연구원은 오는 21일(현지시각)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리는 엔비디아의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GTC)에 참가해 엑사원 딥을 소개한다.

◆"한국서 성과낸 인력 대우해야"

김 부문장이 이날 수십번 반복한 말은 '환경 조성'이었다.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서 이 부분이 가장 근본이 돼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요즘은 외부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빠르게 데리고 오고, 그 과정에서 연봉이나 지원금을 매칭해주는 사례들이 정책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며 "하지만 이런 방안은 인재유출 문제의 근본적 해결 보다는 모두가(인재들이) 해외로 더 나가게 만들 것 같다"고 우려했다.

해외 경험을 쌓고 와야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좋은 프로젝트를 하고 좋은 성과를 낸 인력들에게 그에 맞는 대우를 해주는 환경이 조성돼야 인재 유출이 궁극적으로 해결될 것이라는 게 김 부문장 의견이다.

그는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성장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라며 "LG가 AI대학원을 통해 내부 인재 양성에 힘을 쏟고 있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LG AI대학원은 학위 수준의 교육과정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현장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부문장은 "실제 계열사 구성원들이 현업에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연구원의 전문가들과 함께 2~3개월 동안 함께 풀어나가는 경험을 하고 있다"며 "실제 문제를 풀어본 경험은 산업에 복귀해서 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적으로 뿐만 아니라 회사 외부에 있는 인력들도 이런 역량들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LG에이머스라는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실제 산업 현장에서 우리가 필요한 문제와 데이터를 모두 공개한다는 점이 차별점으로, 계열사에 있는 현업 전문가들의 평가 후 채용으로 연계되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문장은 끝으로 "기업은 AI 모델의 안전이나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을 할 수가 없다"며 "자발적으로 신뢰성 확보 노력을 많이 하면서 혜택을 대중에게도 같이 공유하는 포용성 활동도 하고 있으니 이런 사례들에 대해 국가가 인정해 주고 독려해 주면 인재들이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aykim@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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