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50일이 지났다. 작년 11월, 이 지면에서 썼듯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을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대신, 안보 문제에 대한 치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일률적으로 10% 또는 20%의 ‘보편관세’라는 것을 매기겠다고 공언했으나, 없던 이야기가 되었다. 전 세계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의 계획도 실현성이 없다. 반도체 무관세 국제 무역이야말로 미국 경제에 핵심적 이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트럼프는 지난 7일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제품에 부과하려던 25% 관세를 불과 며칠 만에 번복해 호주머니 속으로 집어넣어야 했다.
반복하지만, 트럼프의 관세를 과대평가할 필요는 없다. 멕시코 사례가 중요하다. 차분하게, 트럼프가 멕시코와 어떤 수준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좋다. 한국에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은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 밀수되다 압수된 펜타닐 마약이 트럼프 취임 후 41.5%나 줄었다는 미국 정부 통계를 트럼프에게 직접 제시했다. 결국 트럼프는 멕시코와 이미 체결해 적용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USMCA)을 멕시코에 적용하는 형식으로 25% 관세를 번복했다. 트럼프에게, 그가 멕시코에 그랬던 것처럼, 한국과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기준으로 삼자고 말해야 한다. 그러면서 에너지와 조선 분야에서의 협력 등 한국만이 제공할 수 있는 보따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
더 큰 주의로 대비해야 하는 분야는 관세보다 안보이다. 나는 트럼프가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에 대한 면밀한 대비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러시아의 침략으로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젤렌스키에 대한 모욕적 압박과 나토(NATO) 유럽회원국 협력 중단이라는 방식으로 끝내려고 한다. 트럼프의 방식은 기존의 관점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핵무기 강국 러시아와의 대결을 피하는 것이 미국 안보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1991년 소련의 붕괴에도 불구하고 유럽에서의 냉전은 해체되지 않았다. 오히려 나토는 러시아에 맞서 러시아 국경까지 동진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는 러·우 전쟁의 중대한 배경이었다. 미국도 지금까지는 유럽에 동조했다.
트럼프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나는 그가 소련 붕괴 후 35년이나 지연된 냉전 질서 해체에 기여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만일 유럽에서 미국이 빠지면, 유럽은 러시아와의 현실에 부합하는 새로운 질서를 모색할 것이다. 만일 유럽이 끝내 러시아에 대해 반슬라브주의 대항을 추구한다면 이는 유럽이 결정한 유럽의 문제이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어떠할까? 나는 트럼프가 남과 북 모두와 잘 지내는 것이 미국에 유익하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의 ‘원산 개발’ 발언은 무심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외부적으로도 러시아가 트럼프에게 북·미 사이의 소통을 도울 것이다. 이 구조에서 트럼프는 “함께 갑시다”라는 주한미군 장성들의 구호와 달리,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반환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 유럽에서 빠지려는 트럼프의 세계관에서, 외국 군대의 작전통제권까지 미국이 맡는 것은 보편적이지 않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이 더욱 확실해지는 시기는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안보 노선을 결정한 때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분명하다. 트럼프가 자신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간에, 한국 안보에 근본적 질문을 던질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방위하는 것을 자신의 일로 생각하지 않고, ‘지원군’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나서면, 한국은 어떠한 안보 전략을 가져야 하는가? 트럼프의 군 작전통제권 반환을 준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