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 키프예곤(31·케냐)은 현역 육상 선수 중 가장 강력한 지배력을 자랑하는 주자다. 1500m라는 극한의 전술과 체력이 맞물린 종목에서 그는 이미 ‘역사’ 그 자체가 되고 있다.
키프예곤은 지난 16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5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21 도쿄 대회까지 올림픽 1500m 2연패를 달성한 뒤, 지난해 파리올림픽에서 정상에 올라 사상 최초로 올림픽 1500m 3연패라는 금자탑을 쌓은 그는 2022년 유진, 2023년 부다페스트에 이어 이번 도쿄 대회까지 3회 연속 세계선수권 금메달을 차지하며 명실상부한 ‘트랙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키프예곤의 압도적 강점은 ‘언제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끌고 간다’는 점이다. 결승에서 그는 초반부터 레이스를 통제한 뒤, 마지막 한 바퀴에서 강력한 스퍼트로 승부를 갈랐다. 라이벌들은 그 흐름을 막을 힘이 없었다. BBC는 “최근 5차례 글로벌 결승 무대에서 단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며 “예선을 제외하면 1500m에서 4년 넘게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키프예곤은 단순한 ‘승자’가 아니다. 2023년에는 1500m 세계기록을 3분 48초 68로 단축하며 인류 한계에 도전했다. 올 시즌에도 3000m 세계기록에 근접하며 전방위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제 그는 세계선수권 4회 우승으로 히샴 엘 게르주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이저 국제대회 금메달만 무려 8개다. 그는 케냐 농촌 마을에서 맨발로 등하교를 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혼해 출산한 후 복귀해 더욱 강인해진 모습으로 세계를 제패했다. 키프예곤은 늘 “내 달리기가 어린 소녀들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도 1500m 금메달에 만족하지 않는다. 이미 2년 전 역사상 최초로 달성한 세계선수권 1500m-5000m 더블을 다시 노린다. BBC는 “트랙 위에서의 압도적 지배, 기록 경신을 향한 집념, 모성까지 아우르는 서사 등 키프예곤은 단순한 육상 스타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여성 스포츠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