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드 스페이스(Old Space)’와 ‘뉴 스페이스(New Space)’를 가르는 핵심 기준은 우주개발이 국가 주도냐, 민간 주도냐다. 과거 우주개발은 막대한 소요 예산으로 인해 군사·정책적 목적이 전제돼야만 뛰어들 수 있는 영역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10년 전을 돌이켜보면 위성·발사체 개발은 대부분 정부 연구기관을 중심으로만 이뤄졌다. 기술 개발 역량과 자본 규모에서 민간이 진입할 여지가 거의 없었던 것이다.
최근 시장 상황은 달라졌다. 전 세계적으로 재사용 발사체를 통한 발사 비용 하락, 초소형 위성 플랫폼 확산 등 기술 패러다임 변화가 민간 참여의 문턱을 빠르게 낮췄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발맞춰 뉴 스페이스 생태계 형성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벤처·스타트업까지 직접 위성을 제작·운영하고 발사체 기술에 도전하는 흐름이 활발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일부 기술 영역에서는 정부 기관보다 더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를 구현하는 민간기업도 등장하고 있다. 우주산업이 폐쇄형 정부 프로젝트에서 시장 중심의 경쟁 산업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 주도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
최명진 한컴인스페이스 대표는 26일 대전광역시 유성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우주 시대가 본격화함에 따라 얼마나 많은 위성 데이터를 갖고 있고 정확하게 분석해낼 수 있느냐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쟁력”이라며 “산업 성장뿐 아니라 국가 안보 측면에서도 기여할 수 있는 우주 관측·데이터 기업으로 성장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2012년 설립된 국내 인공위성 및 우주 데이터 분야 벤처기업이다. 최 대표는 항공우주연구원 출신으로 해당 기관 재직 중 여러 해외 기업과 협업하는 활동을 하면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당시 글로벌 우주기업들은 위성을 만드는 것에 역량을 집중하기보다는 위성을 통해 수집한 데이터 활용·분석에 사업의 무게중심을 두고 있었다. 반면 국내는 전체 우주항공 예산의 대부분이 위성 개발에 투입되던 시기였다. 최 대표는 이 간극이 결국 산업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 것으로 봤고 한국에도 ‘위성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잘 다루는 기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창업을 선택했다.
최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창업 초기부터 자본 투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위성 데이터 분석 사업에 집중했던 덕분에 흑자를 기록했고 이 기조는 약 7~8년 동안 유지됐다. 여러 대기업과 기관으로부터 투자 혹은 협력 러브콜도 이어졌다. 당시로서는 인공위성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기업이 거의 없었던 까닭에 한컴인스페이스와 협력하려는 제안이 많았던 것이다. 협력 제안사 중 한 곳이 한글과컴퓨터(030520)다. 한컴인스페이스의 전신은 인스페이스로, 2020년 한컴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서 사명을 변경했다.

위성 50기 띄워 30분 단위 한반도 관측
한컴인스페이스에 사업적으로 큰 변화가 시작된 시기도 이때부터다. 한컴그룹이라는 든든한 지원군이 생기면서 자체 위성 개발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갖게 됐다. 외부 위성 데이터만으로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위성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기 위해서는 자체 위성을 띄워 직접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 대표는 “해외에서 위성 데이터 등을 공급받다 보니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실시간 데이터가 아닌 며칠 전 데이터를 제공받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우리가 직접 위성을 갖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해서 외부 데이터에 의존하다 보면 앞선 문제가 계속해서 발생할 것으로 생각돼 자체 위성 개발에 뛰어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으로 탄생한 것이 한컴인스페이스의 자체 위성 ‘세종 1호’와 ‘세종 2호’다. 각각 2022년, 2025년 스페이스X의 팰컨9 로켓을 통해 발사됐다. 세종 1호는 당시 지구 관측용 첫 민간 위성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또 한컴인스페이스는 ‘세종 4호’를 국산 발사체인 누리호에 실어 발사한다. 세종 4호는 6유닛(U)급 초소형 위성으로 고도 600㎞의 저궤도에서 영상을 확보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위성은 약 90분에 한 번씩, 하루 14~16회 지구를 선회한다. 기존 1호와 2호는 외부 위성 플랫폼에 들여와 일부 수정만 했다면 4호는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와 국산화된 하드웨어를 통해 탄생한 위성이라는 것이 차이점이다. 세종 3호도 개발이 완료된 상태이며 내년 2월 스페이스X의 발사체에 실어 우주에 띄울 계획이다.
최 대표는 “1호부터 4호까지 자체 위성 개발을 완료했는데 각각의 가장 큰 차이점은 카메라의 성능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1호의 경우 바다의 적조 현상 등을 관찰하는 수준이었다면 3호와 4호는 카메라 성능이 더욱 향상돼 산림에 있는 나무가 침엽수인지 활엽수인지까지 구분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앞으로 위성 발사 속도를 높여 2030년까지 총 50기의 위성을 지구 상공에 띄우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현재 한 위성의 특정 위치 재방문 주기가 1~2주인데 이를 30분 단위로 축소하기 위해서는 위성 50기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가령 위성 1기가 1주일 단위로 대전광역시를 관측한다고 했을 때 7기가 있으면 하루 단위, 48기가 있으면 30분 단위로 관측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 대표는 “적어도 한반도를 30분 단위로는 관측할 수 있어야 의미 있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이와 함께 카메라 성능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현재 3년 수준인 인공위성의 수명 역시 늘려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자체 RTOS·양자암호 적용
한컴인스페이스는 자체 위성의 보안 강화에도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위성 기술이 발전할수록 높은 활용도와 민감도를 갖춘 데이터들을 대거 확보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위성이 해커들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위성이 해킹 공격을 받으면 국가의 GPS 체계가 흔들릴 수 있고, 이를 활용한 다양한 산업의 교통·물류 시스템이 큰 피해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한컴인스페이스는 과거 한컴그룹의 자회사이기도 했던 MDS테크(086960)놀로지와 협력해 개발한 실시간 운영체제 ‘네오스 RTOS(실시간운영체제)’와 비행 소프트웨어를 세종 4호에 탑재했다. 네오스 RTOS는 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다. RTOS가 해킹 공격을 받을 경우 데이터를 모두 잃는 것은 물론 위성 운용 자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하지만 자체 RTOS가 적용돼 있으면 시스템 구성이 외부에 공개돼 있지 않아 해킹 공격 자체가 쉽지 않고 공격을 당하더라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한컴인스페이스는 해당 RTOS를 국내 발사체 관련 기관과 대기업 등에도 공급하고 있다.
나아가 한컴인스페이스는 한컴그룹의 보안 자회사인 한컴위드(054920)와 함께 위성 시스템에 양자암호를 적용하는 테스트 또한 진행하고 있다. 자체 RTOS와 양자암호 체계를 탑재함으로써 위성에 대한 사이버 공격·해킹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우주 데이터 주권과 보안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국내 위성과 발사체들의 99% 이상이 외산 RTOS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번 세종 4호를 통해 국산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앞으로 위성 보안 기술은 보완적인 것이 아닌 우주사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드론 사업도 가동…글로벌 AI 데이터 기업 도약
한컴인스페이스는 드론 사업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있다. 위성이 지구를 넓게 관측하는 수단이라면 드론은 특정 산지·물류창고·농지·도심 등 보다 세밀한 단위의 현장을 촘촘하게 스캔해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상호 보완적 역할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재 한컴인스페이스의 드론은 대전 지역 소방서에 배치돼 화재 발생 시 가장 먼저 출동해 사전에 상황을 파악하는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또 물류창고나 발전 시설을 점검하는 역할 역시 수행하고 있다.
최 대표는 “한컴인스페이스는 단순한 위성 기업을 넘어 우주와 지구 상공의 데이터를 가장 잘 수집·가공·활용하는 기업으로 정체성을 확립해나가겠다”며 “누구보다 많은 위성과 드론을 우주와 지구 상공에 띄움으로써 국가와 기업이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독자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글로벌 인공지능(AI) 데이터 분석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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