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굿즈'…"책갈피 사러 오픈런해요"

2025-08-04

6월 국내 최대 ‘책잔치’인 서울국제도서전이 열린 첫날, 오픈런과 함께 수십 미터의 줄이 순식간에 생긴 곳은 책이 아닌 ‘책갈피’를 파는 작은 서점의 부스였다. 평소 구하기 힘든 사진작가 이옥토가 찍은 과일 조각, 꽃잎 사진의 책갈피를 사기 위한 행렬이었다. 한정 수량이 모두 팔리며 허탕을 친 이들도 많았다. MZ세대 사이에서 ‘북꾸(책 꾸미기)’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책갈피에 이어 북백, 북커버, 북퍼퓸 등 다양한 아이템들까지 인기가 확산되고 있다. 전통 문화를 ‘힙’하게 해석하며 전통 소재를 담은 디자인 굿즈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교보문고는 독서 관련 용품 판매량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전년 동기 대비 56.7%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독서 용품 시장은 2022년까지만 해도 위축세였으나 2023년 16.4%, 2024년 18% 등 상승세를 이어왔으며 올해 들어 급격히 매출이 늘고 있다. MZ세대 사이에서 독서가 취미이자 하나의 취향으로 자리 잡으며 관련 소비도 크게 증가한 것이다.

가장 큰 성장을 보인 품목 중 하나는 북커버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북커버 매출은 올 들어 7월까지 무려 187.6% 증가했다. 펀딩 플랫폼 ‘바로펀딩’에서 1일 일러스트 브랜드 이나피스퀘어와 함께 출시한 북커버는 주말 동안 완판되며 인기를 입증했다. 이후 긴급 추가 물량을 확보해 2차 펀딩을 진행 중이다. 과거 북커버는 단색 가죽 재질의 실용적 디자인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천 재질과 일러스트 패턴 등 개성 있는 디자인이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교보문고의 남미애 독서용품 MD는 “이전에는 책 제목을 감추기 위한 용도로 북커버를 한두 개 갖추는 정도였지만 MZ세대에서 ‘텍스트힙’ 열풍이 불면서 지금은 북커버가 하나의 ‘패션 아이템’처럼 여겨져 여러 개를 구매하는 것이 트렌드”라고 설명했다.

북백과 북퍼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책에 뿌리는 향수인 북퍼퓸은 손으로 책을 만지고 향을 즐기고 책장 넘기는 소리를 듣는 ‘오감 만족형 독서’를 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책을 휴대할 수 있도록 고안된 북백 역시 의외의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이다. 북백에 키링을 달고 책을 넣어 다니는 것을 즐기는 취향이 반영된 결과다.

전통 문양을 활용한 굿즈의 인기 또한 눈에 띈다. 전통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일상 용품에 감각적으로 결합한 디자인 굿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전통 문양이 들어간 여권 커버, 카드 케이스, 북커버, 트레이 등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새로운 히트 트렌드로 떠올랐다.

예스24는 지난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경기도박물관과 협업해 전통 회화인 ‘책가도’를 테마로 한 스페셜 굿즈 시리즈를 선보였다. 책가도는 책과 문방구, 화훼 등이 함께 그려진 전통 민화로 이 문양을 담은 독서대, 장패드, 머그컵 등이 출시됐다.

예스24는 “특히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한국적 미감을 담은 굿즈가 힙하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앞으로도 전통을 현대적으로 즐길 수 있는 도서 굿즈를 꾸준히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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