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무적으로는 지금도 백병전을 하는 셈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1일 “통상(관세 협상)은 7월 30일 타결됐는데, 구체적으로 (투자펀드) 3500억 달러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해 미국과 우리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많은 성과가 있었고, 조선업·군사 협력 등 거의 합의에 이를 만한 것도 대단히 큰 게 많았다”면서 3500억 달러 투자 펀드 양해각서(MOU) 체결 문제를 마지막 남은 핵심 쟁점으로 지목했다.
김 실장은 투자 펀드 이슈가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쟁점이자, 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미국은 한·미 정상회담 때 어떻게든 우리를 그때까지 사인(서명)하게 하려고, 많은 압력을 가했다”며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못 해도 괜찮으니까 무리한 건 사인할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이어 “끝내 아직도 이견이 많아 협의 중”이라며 “정상회담 전체 합의문의 경우에도 미국 쪽에서 강한 의견들이 있어서 저희가 아직 최종적으로 발표가 안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투자 펀드를 둘러싼 한·미 양국 협상단의 충돌은 정상회담 직전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김 실장은 “이 분야 실무를 하는 입장에선 조마조마했고, 직전까지 담판도 하고 2시간 동안 고성도 지르고 그런 아슬아슬한 순간도 있었다”며 “저는 일본에 갈 때 일본만 (정상회담을) 하고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럴 만큼 긴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매우 살얼음판을 걷는 환경에서 정상회담이 열렸고, 기대 이상의 성과를 냈다”며 “이 대통령은 내부에서 많은 논의 있을 때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릴 용기 있는 사람이 이긴다’ 이렇게 말했다”고 전했다.
김 실장은 미국 측이 정상회담 직전까지 “정상회담이란 큰 것을 망치고 싶지 않을 거다”, “이것 사인을 안 하면 정상회담 앞에 큰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식의 강도 높은 압박을 펼친 사실도 공개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국내 정치 상황을 협상 지렛대로 활용했다고 한다. 김 실장은 “한국은 정말 터프한 나라다, 우리는 7개월 전에도 어떤 일(탄핵)이 있었는지 알지 않느냐 등 여러 얘기를 했다”며 “MOU를 하더라도 우리는 국회에 보고해야 하고, 한국 국민도 언론도 다르다. 국민에게 납득할 만한 안으로 해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 전날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과 함께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 방식으로 2시간 협상을 벌인 일도 공개했다. 김 실장은 “하고 싶은 말을 다했고, 중간 부분엔 (분위기가) 험악해져서 ‘이러다 정상회담 망치는 것 아닌가’ 할 정도로 웅성웅성했다”며 “후반부로 가니 처음으로 (미국 측에서) 대한민국이 문제를 제기하는 게 뭔지 이해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우리가 ‘3500억 달러가 얼마나 큰 돈이냐, 관세도 중요하지만, 우리 외환시장 충격이 될 수 있다. 우리는 외환위기를 겪은 나라’라고 했더니 조금씩 이해하더라”라며 “이 이슈는 다음날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때 가볍게 지나갔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7월 말 한·미 관세 협상의 뒷이야기도 함께 전했다. 김 실장은 한·미 조선업 협력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업에 관심이 있다는 건 알았는데, 아무도 그 부처에서 전담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그래서 김정관 장관이 처음 미국 가실 때 ‘러트닉 가슴에 불을 붙여라’(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어 “(김 장관이) ‘내가 조선을 총괄하는 장관인데, 당신을 당신 보스에게 빛나게 해주겠다. 나와 일하자’고 했고, 그러자 러트닉 장관이 그걸 딱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