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기름 유출·실적 악화·투자 실패 위기…총체적 리스크 부상

2025-04-28

에쓰오일이 송유관 유출 사고를 비롯한 연이은 안전 사고와 실적 부진, 대규모 투자 사업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방제 부실과 반복되는 사고, 샤힌 프로젝트 수익성 악화 가능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경영 전반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에쓰오일은 지난 24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원산리 송유관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회사는 25일 안으로 방제 작업을 완료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장 점검 결과 해안가 곳곳에는 여전히 기름이 남아 있었다. 특히 테트라포트 주변으로 길게 기름띠가 퍼져 있었으며, 방제 전문가는 "기름을 제거하려면 구조물을 크레인으로 들어 청소해야 하지만, 현재 상태는 사실상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에쓰오일의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4년, 2021년에도 송유관에서 원유가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매번 재발 방지를 약속했지만, 송유관 노후화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정유·석유화학 통합 공정(COTC)인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원유 이동량이 대폭 늘어나지만, 송유관 전면 교체나 체계적 점검 계획은 아직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실적 부진도 심각한 상황이다. 에쓰오일은 2025년 1분기 215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대폭 악화된 수치다. 정제마진 하락, 국제유가 약세, 글로벌 석유 수요 둔화가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증권업계는 2분기에도 추가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정유, 석유화학, 기유 부문 모두 실적 개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에쓰오일이 대규모 투자 중인 샤힌 프로젝트(COTC 사업) 역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제품으로 전환하는 통합 공정으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 내에 건설 중이다. 현재 공정률은 60%를 넘어섰으며,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환경은 프로젝트 초기 설계와 크게 달라졌다.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설비가 과잉 공급되면서 제품 가격 하락 압력이 커졌고, 세계 경기 둔화로 석유화학 제품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샤힌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되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 간 가격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에쓰오일이 기대한 수익성은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에쓰오일은 사우디 아람코의 자금 지원을 받아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수익성 악화로 투자 회수 기간이 길어질 경우 재무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도 부정적 파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치적 책임론도 제기되고 있다. 샤힌 프로젝트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중 적극 지원을 받아 승인된 사업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가동 시점이 다가올수록,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와 기업 재무 악화 가능성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에쓰오일은 안전 사고, 실적 악화, 대규모 투자 리스크라는 세 가지 문제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안전 관리 체계 부실은 반복되는 사고로 이어지고 있으며, 실적 악화는 기업 체력 저하를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미래 먹거리로 삼은 샤힌 프로젝트마저 시장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투자 대비 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에쓰오일이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사고 대응이나 일시적 실적 부진이 아니다"라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에쓰오일은 송유관 사고 이후 추가 방제 작업과 송유관 점검에 착수했으며, 샤힌 프로젝트 공정률 제고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구조적 리스크를 제거하지 않는 한,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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