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구 폭발 사상자 '눈덩이'…최소 25명 사망·800명 부상(종합)
50㎞ 밖에서 폭발음 들릴 정도로 강력…강풍 속 화재 80% 진압
유독가스에 주변 지역 비상사태, 3일 애도기간…원인규명 아직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김연숙 기자 = 이란 남동부의 최대 규모 항구에서 벌어진 폭발로 인명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타스님, 메흐르 통신 등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호르모즈간주(州) 당국은 전날 반다르압바스의 샤히드라자이 항구에서 발생한 사고로 최소 25명이 숨지고 800명이 다쳤다고 집계했다.
에스칸다르 모메니 이란 내무장관은 이날 오전 기준으로 화재의 약 80%가 진압된 상태이며 잔불 진화와 인명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호르모즈간 주정부는 오는 29일까지 사흘 동안을 애도 기간으로 선포했다.
전날 오전 11시 55분께 샤히드라자이항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
AFP 통신 등 외신은 폭발이 너무 강력해서 약 50㎞ 떨어진 곳에서도 폭발음이 들릴 정도였고, 항구 건물 상당수가 심하게 파손됐다고 전했다.
샤히드라자이항은 세계 원유 수송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위치한 이란 최대의 항구다. 연간 약 8천만톤의 화물을 처리하며 석유 탱크와 화학시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 토요일은 이란에선 한주의 업무가 시작되는 날이다. 당시 항구에 많은 직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던 때라 인명 피해가 큰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사고 현장에 바람이 강하게 불면서 화재 진압에 어려움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 중 유독성 물질이 반다르압바스 도시 전역에 번지면서 당국은 인근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실내에 머물 것을 권고했다. 학교와 사무실은 폐쇄됐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번 폭발로 인한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하고 철저한 상황 파악과 원인 규명을 지시했다.
테헤란을 비롯해 이란 도시 곳곳에서 구조 인력이 동원됐고, 현장엔 모메니 장관이 파견돼 사고 수습을 이끌고 있다.
이번 폭발은 이란이 오만에서 미국과 3차 핵협상을 시작한 날 발생했으나, 두 사건이 관련 있다는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이란 당국은 일단 테러나 군사 공격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았다.
이란 위기관리 기구 대변인은 컨테이너 안 화학물질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은 것이 사고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위기관리국장이 해당 항구를 방문했을 당시 위험 가능성을 지적하고 경고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란 정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항구 한쪽 구석에 보관돼 있던 화학물질 보관 컨테이너에서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화재 진압 전까지는 원인 규명이 어렵다"고 밝혔다.
익명의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는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폭발 원인은 미사일 고체 연료의 주요 원료인 과염소산나트륨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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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