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버터] USAID 폐지 수순…현장 NGO 절반, 3개월 내 문 닫는다

2025-04-02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8일(현지시각) 해외원조 독립기관인 미국 국제개발처(USAID)를 국무부 산하에 두고 직원을 약 15명으로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2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 미국의 해외원조를 90일간 중단하면서 시작된 혼란은 USAID 폐지로 마무리되는 수순이다.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8일 브리핑에서 “오는 7월 1일까지 USAID를 일부 기능을 국무부로 재배치하고,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에 부합하지 않는 나머지 기능은 중단하는 조직개편을 할 계획이라고 의회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USAID 폐쇄 움직임에 유엔을 포함한 국제기구들은 지난 2월부터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불과 올 초까지만 해도 전 세계 각지에서 국제원조 사업을 진행하는 1만 명이 넘는 USAID 직원이 업무를 중단하면서다. 지난달 3일 미 정부는 워싱턴DC의 USAID 본부 직원들에게 ‘출근 금지’를 통보하고 건물을 폐쇄했다. 현재 USAID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USAID는 연간 예산 428억 달러(약 62조2000억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개발협력 기구다. 세계식량계획(WFP)·유엔아동기금(UNICEF)·세계보건기구(WHO) 등을 포함한 UN 기구는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이뤄지는 사업을 사실상 중단하게 됐다. 특히 미국 의존도가 높은 국제기구들은 조직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유엔 고위급조정위원회(CEB)에 따르면, 전체 예산에서 미국 지원금 비중이 20%를 넘는 국제기구는 10곳에 이른다.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의 연간 예산은 2억2300만 달러(약 3200억원)인데, 이 중 미국 지원금은 9900만 달러(약 1440억원)로 전체의 약 45%를 차지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47억700만 달러 가운데 19억1800만 달러로 41%, 국제이주기구(IOM)는 35억2800만 달러 중 14억400만 달러로 40%, 세계식량계획(WFP)은 91억2400만 달러 중 31억900만 달러로 34% 규모다.

국제기구·NGO들 대혼란…한국, ODA 새로운 자금처 역할해야

피오 스미스 유엔인구기금(UNFPA) 아시아·태평양 지역담당 국장은 “남아시아 지역을 포함해 미국의 지원금으로 운영되던 위기에 빠진 여성과 소녀들에겐 생명선과 같은 서비스가 중단됐다”며 “미국의 지원이 없을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만 2028년까지 1200명의 산모가 예방 가능한 임신 합병증 탓에 사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NGO들은 자금 공백을 오래 버틸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경주 KCOC(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인도적지원부장은 “이번 조치로 인한 가장 큰 타격은 현장 기반의 작은 NGO와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향한다”며 “단기 유동성이 떨어져 90일간 자금지원이 중단될 때 석 달을 버텨 낼 수 있는 준비금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운영 거버넌스를 조정해 미국 의존도를 낮춰 놓은 일부 조직을 제외하고는 글로벌 전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USAID와 협업하는 파트너 기관은 약 95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조 현황을 추적하는 글로벌에이드프리즈트래커(Global Aid Freeze Tracker)가 최근 파트너 기관 568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응답기관의 절반이 이번 사태로 예산의 50%가 줄었고, 약 15%의 조직이 수입의 거의 100%를 잃었다고 답했다. 자금 공백 상황을 버틸 기간을 물었을 때 ‘1개월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25.4%에 달한다. 또 ‘최대 3개월’로 답한 비율은 24.8%였다. 전체 응답기관의 절반(50.2%) 이상이 5월 안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성호 월드비전 국제사업본부장은 “국제본부에서 USAID 지원으로 이뤄지던 프로젝트에 대해 당장 인력을 해고하는 조치는 취하지 말고, 사업은 일시 중단하라는 통보를 했다”며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지켜봐야 하지만 미국 정부의 지원예산이 크게 감소하는 것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USAID 예산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거버넌스’에 대한 지원이 168억 달러(약 24조4000억원)로 가장 크다. 민주주의 확대와 시민사회 지원, 제도적 변화를 위해 편성된 예산이다. 그다음으로 인도적 지원 105억 달러(약 15조2400억원), 보건 70억 달러(약 10조1600억원), 행정 35억 달러(약 5조800억원) 순이다. 김성호 본부장은 “분쟁취약국의 거버넌스 지원이 무너지면 기후변화 대응이나 인도적 지원 등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복합위기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며 “세계은행을 비롯한 다자은행의 국제개발 지분율을 높이고, 글로벌 다자기구와 협력을 통해 새로운 재원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USAID 폐쇄 이후 자국우선주의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선 굿네이버스 국제사업본부장은 “국제개발협력과 인도적 위기 앞에 당장의 예산 공백을 메우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지만, 각국이 자국우선주의와 원조 축소 대열에 올라서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특히 한국은 2026년부터 우리 정부의 향후 5년간 원조정책인 ‘국제개발협력 4차 기본계획’이 시작되는데, 올 한 해 개발협력과 인도적 지원의 로드맵과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했다.

이준모 컨선월드와이드 한국 대표는 “현재 유럽 국가들도 연이어 ODA 예산을 줄이겠다고 발표하고 있는데, 한국은 ODA 예산 규모를 대폭 증액한 전 세계 몇 안 되는 국가로 꼽힌다”며 “국제기구나 INGO들이 한국을 새로운 펀딩 소스로 보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역할과 위상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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