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부장 인사이트]측정을 넘어 이해로, 엣지 AI가 바꾸는 가전 기술

2025-11-04

세계 정보기술(IT) 트렌드를 확인할 수 있는 CES 에서 최근 선보인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들은 단순한 가전 산업의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심박수와 걸음 수를 측정하던 기기들이 이제 사용자 상황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반응한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엣지 인공지능(AI) 센서' 기술이 자리잡고 있다.

엣지 AI 센서의 혁신은 단순한 성능 향상이 아니라 세 가지 근본적 전환을 동시에 가능하게 한다.

첫째 '반응성의 전환'이다. 클라우드 의존성을 벗어나 디바이스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 네트워크 지연 없이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해진다. 드럼 연주자의 스마트폰과 연동된 스마트 드럼스틱이 실시간으로 템포와 정확성을 분석하거나, 조깅 중 갑작스러운 낙상을 즉시 감지하는 것이 바로 이 반응성 덕분이다.

둘째는 '개인화의 전환'이다. 온디바이스 머신러닝은 개별 사용자의 패턴을 지속적으로 학습해 일반적 벤치마크가 아닌 개인 맞춤형 통찰력을 제공한다. 무릎 수술 후 회복 중인 운동선수에게 과도한 힘이 가해지면 이를 경고하거나, 개인의 운동 습관에 최적화된 맞춤형 조언을 제공하는 것은 개별 학습의 결과다.

셋째는 '자율성의 전환'이다. 더 이상 사용자의 명령을 기다리지 않고, 상황을 스스로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조깅하는 러너의 비정상적인 심박 패턴 혹은 갑작스러운 속도 저하와 이어지는 신체 움직임 부족 감지 시 자동으로 응급 서비스에 알리는 것처럼 디바이스가 수동적 도구에서 능동적 보호자로 진화한다.

이 세 가지 전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전 산업의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시장 분석가들은 엣지 AI 기반 스마트 디바이스가 향후 몇년간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센서와 AI 프로세서를 결합한 통합 솔루션 개발이 차기 경쟁력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이러한 엣지 AI 기반 스마트 가전 산업의 잠재성을 예측하고 대비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의 센서 및 반도체 전문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관성 측정 장치(IMU)와 AI 프로세서를 단일 칩에 통합하는 기술에 집중 투자해 왔다. 최근 출시된 일부 스마트워치는 낙상 감지와 심전도 측정 기능을 구현하며 엣지 AI의 실용성을 입증했다. 또 온디바이스 머신러닝으로 수면 패턴 분석의 정확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같은 기술 구현의 핵심 과제는 전력 효율과 연산 성능의 균형이다. 고성능 AI 연산은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지만, 웨어러블 기기는 며칠에서 수주간 배터리로 작동한다. 이를 위해 업계는 AI 전용 가속기 칩 개발, 모델 경량화 기술, 필요할 때만 작동하는 이벤트 기반 아키텍처에 주목하고 있다. 또 센서 융합 기술의 발전으로 가속도 센서, 자이로스코프, 압력센서, 온도센서 등 다중 센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여 상황 인식 정확도를 높이고 있다.

이는 한국 가전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다. 하드웨어(HW) 경쟁력을 확보한 만큼, 이제는 센서 데이터 해석과 상황 인식 알고리즘이라는 소프트웨어(SW) 역량을 강화할 차례다. HW와 SW를 함께 최적화하면서 엣지 AI 센서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기술 발전만이 아니라 소비자 인식의 변화다. 사용자들은 이제 데이터 수집 자체보다 그 데이터로부터 얻는 실행 가능한 인사이트에 가치를 둔다. 단순히 '얼마나 걸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더 건강하게 걸을 수 있는가'를 묻는다.

엣지 AI 센서 기술은 이제 실험실을 벗어나 일상으로 들어왔다. 스마트 가전이 단순한 기능 제공을 넘어 사용자를 진정으로 이해하며 사용자의 동반자가 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한국 가전업계가 이 변곡점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개별 제품 혁신을 넘어 반응성·개인화·자율성을 아우르는 통합 전략이 요구된다. 센서 하드웨어와 AI 알고리즘, 이 두 축을 모두 확보하는 기업만이 차세대 스마트 가전 시장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다.

시모네 페리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APMS그룹 부사장 및 MEMS 서브그룹 사업본부장 promotion.korea@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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