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당이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의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 발언에 대해 22일 사과했다. 10·15 부동산 대책을 주도한 이재명 정부 고위공직자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와 언행이 논란을 빚으며 민심을 자극할 양상을 보이자, 당내에서도 단속·경고성 발언이 이어졌다.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당의 최고위원이자 국토위원으로서 국민께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한 최고위원이 이 차관 발언에 대해 사과한 것은 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인지’ 묻는 말에 “그렇다”고 밝혔다.
앞서 이 차관은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집을 사면 된다”는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이후엔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 방식으로 30억원대 아파트를 구매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더 커졌다. 이 차관은 “실거주 목적으로 매입했지만 입주·퇴거 시점을 맞추기가 어려워 전세 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서울·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며 갭투자를 전면 금지한 10·15 대책과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도 전날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울 서초구 우면동의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서울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매입해 수십억원대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MBC 라디오에서 이 차관의 발언을 언급하며 “주택 정책을 내놓은 사람들의 주택 소유 형태로 정책의 신뢰성이 평가되기도 한다”며 “말과 행동을 굉장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의원도 CBS 라디오에서 이 금감원장의 강남 다주택자 논란을 언급하며 “고위 공직자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며 말했다.
당 지도부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언급을 삼가고 있다. 정청래 대표는 지난 15일 대책 발표 이후 부동산 관련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서울 송파구의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했다는 야당의 비판에 “알아보고나 비난하라”며 발끈했다가 지난 22일 “사려 깊지 못했다”고 몸을 낮췄다. 이후 김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경험이 있는 만큼 여론의 향방을 예민하게 살피며 ‘로키(낮은 수위)’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이 ‘내로남불’ 프레임으로 공세 수위를 높이자 비판 확산을 차단하려는 기류도 감지된다.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전날 자당 의원들의 고가 부동산 보유 논란을 “메신저 공격”으로 규정했다. 그는 “가만히 두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부득이하게 수요 억제책을 쓴 것”이라며 “이번 부동산 정책의 본질을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