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 수수료’ 5조…과당경쟁에 보험료 오른다

2025-03-27

손해보험사들이 지난해 법인보험대리점(GA)에 지급한 판매 수수료가 5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GA 소속 설계사들이 신규 계약 시 수수료를 많이 받는 구조다 보니 안정적으로 보험을 장기간 유지·관리하기보다 무리를 하더라도 인센티브를 챙길 수 있는 신규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수수료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수수료 체계 개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손해보험 대리점 판매 수수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가 GA에 지급한 수수료는 총 4조 81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2023년(3조 7900억 원)과 비교하면 1년 새 1조 200억 원(27%)이나 급증했다.

보험 판매 수수료는 보험 설계사가 보험을 팔았을 때 받는 일종의 성과급이다. 월 보험료의 일정 비율을 곱해 계산한다. 보험 설계사는 보험사에 소속된 전속 설계사와 GA 소속 설계사 등으로 나뉜다. 전속 설계사는 계약 1년 차에 월 보험료의 1200% 이내로 수수료를 받도록 (1200%룰)하고 있다. 하지만 GA 소속 설계사들은 1200%룰을 적용받지 않는다.

GA 수수료는 2020년 2조 8900억 원 수준에서 당국이 1200%룰을 도입한 2021년 2조 7400억 원으로 5%가량 줄었다. 하지만 GA의 신규 계약 판매 경쟁으로 2022년 판매 수수료는 2조 98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6% 증가했다. 특히 새 회계 기준 제도인 ‘IFRS17’이 도입된 2023년 3조 79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8700억 원(27.1%) 급증했다. IFRS17은 신계약 유치를 위해 사용한 비용 상각 기간을 기존 7년에서 보험 전 기간으로 늘릴 수 있도록 했다. 보험사들은 회계적으로 판매 수수료 부담이 줄었고 1200%룰을 적용받지 않는 GA들은 공격적으로 신규 계약자 확보에 나선 결과다. 실제로 2023년 기준 보험사들의 전체 사업비 증가액(4조 9000억 원) 중 신규 계약 비용(3조 7000억 원)이 전체에서 74%나 차지했다.

문제는 지나치게 신규 계약에 치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돌아갈 혜택이 줄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소비자가 내는 보험료가 올라가고 있다. GA 설계사들은 고객에 월 보험료가 비싸 더 많은 수수료를 받아갈 수 있는 상품 위주로 가입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도 판매 수수료를 회수해야 하다 보니 보험료가 더 비싼 상품을 내놨다. 판매 수수료만 노리고 허위로 계약을 작성하는 경우가 적발되기도 했다.

거액을 받고 이직한 보험 설계사가 이직 후 일정 기간 내에 스카우트 비용만큼 신규 계약을 따내기 위해 기존 고객들에게 “더 좋은 상품이 있다”며 보험 갈아타기를 권하는 영업도 성행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의 25회차 유지율은 선진국 대비 15~35%포인트 낮은 60.7%(생보), 71.6%(손보)였다.

금융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보험개혁회의를 통해 판매 수수료 체계 개편 방안을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GA 설계사도 1200%룰을 적용하고 판매 수수료와 계약 유지·관리 대가를 7년까지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설계사가 수수료를 고객에 공개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는 이달 관련 내용에 대한 설명회를 열고 제도 개편을 확정할 예정이다.

GA 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수수료를 7년간 나눠 받으면 수익이 줄어든다는 주장이다. 수수료 공개에 대해서는 "어떤 업권이 원가를 공개하냐”는 반응이다.

보험사들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 수수료 제도 개편에 내심 찬성하지만 영향력이 커진 GA의 심기를 건드릴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해 GA 소속 설계사는 28만 5000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43.9%를 차지했다. GA가 보험 업계 1위 삼성생명 상품을 팔지 않겠다며 보이콧에 나섰다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GA가 어떤 보험사 상품을 파는지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될 만큼 영향력이 커지면서 꼬리(GA)가 몸통(보험사)을 흔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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