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사는 세상] 미래 식량 대체 자원 ‘곤충’…편견보다 ‘맛’으로 기억됐으면

2025-05-20

‘곤충 요리’. 이 네글자를 듣기만 해도 징그러운 형태가 떠오르며 얼굴이 찌푸려지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엔 식량난이 심각해져 인류가 곤충을 먹으며 생존해야 할 수도 있다. 여기, 시대를 앞서 곤충 요리 선구자로 활동하는 사람이 있다. 곤충 연구자에서 ‘국내 1호 곤충 요리사’가 된 송혜영씨(71)다.

송씨를 만난 곳은 경기 남양주에 있는 작업실. 벌레라면 기겁하는 기자지만 곤충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꼭 맛보겠다는 결심으로 취재에 나섰다. 그가 준비한 음식은 굼벵이 탕수육, 굼벵이 고구마튀김, 그리고 밀웜 카나페. 곤충은 말린 다음 볶아서 사용했다. 튀김옷과 토핑으로 덮여 있어 크게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먹어보니 다른 재료와 양념에 가려져 냄새나 식감도 두드러지지 않았다. 곤충을 ‘요리’해 먹어야 하는 이유를 실감했다.

송씨가 곤충 요리사가 된 건 수많은 우연의 결과다. 처음 곤충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농생물학 전공 후 농촌진흥청 곤충과에서 근무하면서부터다. 곤충과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던 그에게 어느 날 굼벵이가 눈에 띄었다.

“굼벵이가 통통하니 맛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집에 가져와서 튀기니 다른 음식에선 느껴보지 못한 고소한 맛이 나더라고요. 그때부터 여러가지 곤충을 먹게 됐습니다.”

송씨는 아이를 낳으며 농촌진흥청을 그만둔다. 그 후 약 20년이 지나 40대 중반에 한국생명공학연구소에서 친환경 해충방제를 연구하며 다시금 곤충과 연을 맺는다. 대학원에 들어가 곤충학으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강의를 했다.

2009년부터 환경보호에 관해 강의해온 그에게 한 신문사가 관련 칼럼을 써달라고 요청했다. 그가 쓴 글의 제목은 ‘지구를 살리는 친환경 밥상’. 불을 사용하지 않는 요리로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자는 취지였다. 이 칼럼을 본 한 가전회사 관계자는 송씨에게 주부를 대상으로 친환경 요리 강좌를 진행해줄 것을 제안했다. 전문적으로 요리를 배운 적도, 다른 사람에게 요리를 가르친 적도 없었지만 레시피를 개발해 수강생 앞에 섰다. 그때부터 요리사라는 제2의 직업을 갖게 된다.

2013년엔 송씨가 ‘곤충 요리사’가 된 결정적 사건이 일어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곤충은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하며 가축을 사육할 때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한다’며 미래 식량으로 주목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다. 그해 열린 국내 한 식품 박람회는 세계적 추세에 따라 곤충 요리 부스를 열기로 한다. 하지만 곤충 요리를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긴 어려웠다.

“박람회 관계자들이 곤충농가를 돌아다니면서 곤충 요리하는 사람을 수소문했대요. 제 단골 농가가 ‘곤충을 사서 먹는 사람이 있다’며 저를 소개했죠. 귀뚜라미 꼬치, 번데기 샐러드, 메뚜기 견과류 볶음 같은 요리를 선보였어요. 구경 온 사람들이 경악하더라고요. 아직도 그 표정이 생생해요.”

박람회를 계기로 송씨는 여러 방송에 ‘국내 1호 곤충 요리사’로 소개되며 다양한 곤충 요리를 선보이게 됐다. 1000종 가까운 곤충 요리 레시피를 개발했고 요리책도 썼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식용 원료로 인정한 곤충은 10종이지만 송씨는 그보다 더 많은 곤충을 직접 잡아 요리해 먹는다. 스스로에 대한 오랜 임상 경험과 학자들이 발표한 연구 자료를 살펴본 결과 다른 곤충을 먹어도 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건 매미 껍질. 튀겨 먹으면 그렇게 담백하고 고소할 수가 없다고. 여름이면 매미 껍질을 열심히 주워다 냉동실에 한가득 얼려둬야 비로소 마음이 편해진다.

“곤충을 먹는다고 하면 징그럽다거나 맛이 이상할 거라는 생각을 먼저 하잖아요. 그런데 곤충 분말을 요리에 넣어서 사람들에게 대접하면 참 맛있게 먹어요. 곤충 요리에 대한 편견을 없애는 게 중요해요. 맛도 좋고 영양도 풍부한 곤충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남양주=황지원 기자 support@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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