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내놓은 ‘농업·농촌 혁신 전략’ 가운데 눈에 띄는 추진 과제는 ‘농업경영주체 혁신’이다. 영세·고령 농민 중심의 농산업 구조가 고착화하면서 농업인력이 줄고 농업 경쟁력도 떨어지는 상황을 개선한다는 구상이다. 그 핵심축으로 농업법인과 공동영농모델·청년농민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농업경영체 법인화 유도=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법인 종사자를 2022년 18만1000명에서 2030년 26만8000명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우선 농업법인 설립을 활성화하기 위해 내년에 관련 제도를 손본다. 농민 가족이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할 경우 조합원이 ‘5명 이상’이어야 하는 기존 요건을 ‘3명 이상’으로 완화한다. 아울러 농지·시설을 모두 출자한 농업법인 임원을 농업인으로 인정한다. 현재 농업회사법인 임원은 영농에 종사하더라도 보유한 농지가 없으면 농업인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없다. 따라서 1인 농가가 농지를 전부 출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임원이 되면 농업인 자격을 잃게 된다. 이 경우 농업인 출자 비율을 총자본금의 1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농업법인 조건을 충족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농업법인의 사업 범위도 ‘농산물 생산’에서 ‘농산업 관련 사업’으로 확대한다. 주사업에는 농촌체험휴양마을사업·농어촌형승마시설·가축분뇨자원화시설을, 부대사업에는 경영·기술 교육, 농산물 생산·가공·유통의 연구·개발(R&D)을 추가한다. 스마트농업 우수기업을 대상으로 기자재와 서비스 생산·공급업을 허용하고, 자가 생산한 태양광 잉여전력을 총매출액의 30% 이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내년부터 농업법인의 정부 보조사업 신청 요건도 개선한다. 사업 신청자격 중 총출자금 규모 기준을 ‘1억원 이상’에서 ‘5000만원 이상’으로 낮춘다. 현재 사업 부지가 담보로 잡혀 있을 경우 정부 보조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데, 이런 제한을 건축물 신축 지원사업에만 한정한다. 따라서 시설 개보수·설비 지원사업에는 근저당권 제한을 두지 않는다.
2026년엔 농업법인의 인력 확보·운용을 위해 외국인력 고용제도를 개선한다. 우수·성실 계절근로자를 대상으로 전자비자를 도입해 입국 절차를 줄인다. 계절근로자 고용 최소 기준을 ‘체류 일수의 75% 이상 고용 보장’에서 ‘주당 35시간 임금 보장’으로 탄력적으로 적용한다.
◆공동영농으로 생산 규모화=정부는 법인 중심의 공동영농모델 확산을 도모할 계획이다. 먼저 공동영농모델을 농지 집적화 방식, 수입 배분 등에 따라 ▲농작업 위탁형(초기 단계) ▲위탁+임대 혼합형 ▲임대형 ▲주주형(고도화 단계) 등 4가지로 유형화한다.
농지·직불금·세제 개선에도 나선다. 내년부터 농지이용증진사업 절차를 간소화한다. 이 사업은 농민과 농업법인이 농지를 공동 이용해 경영을 개선할 경우 농지 임대차 등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종전엔 지방자치단체의 농지이용계획을 전제로 사업을 허용한 데 반해 공동영농법인의 자체 시행계획 수립만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026년에는 공동영농법인이 사업 첫해부터 공익직불금을 받을 수 있도록 개선한다. 준수사항인 농지의 형상·기능 유지와 관련해 농지 사이에 논둑을 만들어 경계를 표시해야 하는 기준도 완화한다. 공동영농으로 대규모 기계화 작업을 할 때 장애물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세제와 관련해선 농민이 농업법인에 농지·초지를 출자할 때 적용되는 양도소득세 감면 제도를 이월과세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민은 연 1억원, 5년 내 2억원까지 양도세를 감면받고 초과하는 세금은 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부담이 출자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며 “이월과세로 변경하면 농민은 출자할 때 세금을 내지 않고, 이후 농업법인이 제3자에게 농지 등을 양도할 때 법인세를 내게 된다”고 설명했다.
◆청년 유입·정착 종합 지원=청년들의 농업·농촌 유입을 촉진하기 위해 농촌창업·창농 준비를 위한 지원을 강화한다. 귀농·귀촌지원센터의 상담분야에 융복합산업과 스마트농업을 추가해 맞춤형 상담을 진행한다. 청년농 통합 플랫폼을 활용해 지원정책 정보 제공도 확대한다.
성장단계 지원방안으로는 농촌융복합산업 인증 기준을 개선한다. 농산물 활용 외에도 농촌자원을 기반으로 한 창업 유형을 신설하고, 재배지가 한정된 품목에 대해 지역산 의무 사용 비율(50% 이상)을 완화한다. 인증사업자 지원사업 대상도 예비 인증사업자로 확대한다. 또 농촌창업 아이디어를 발굴한 청년들의 농촌 정착을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이밖에 지역간 연계를 위해 지자체 청년농 육성 성과 평가·환류 체계를 마련하고, 내년에 권역별 청년 네트워크를 구축해 원료 조달, 유통·판매 등의 상호 협조를 지원한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전략을 바탕으로 청년농을 현재 1만2400명에서 2027년 3만명, 2030년 4만2600명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하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