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자동차 업계가 미국의 수입차 관세 부과로 인해 고급차 브랜드들이 즉각적이고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마이크 호스 영국자동차공업협회(SMMT) 대표는 23일(현지시간) 하원 상무위원회에서 “미국 관세는 고급차 브랜드들에 심각하고 상당하며 즉각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모든 수입차와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미국은 애스턴 마틴과 벤틀리, 재규어 랜드로버, 맥라렌 등 영국 고급차 브랜드들의 최대 시장으로, 고소득층 소비자층을 중심으로 수출이 집중돼 있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애스턴 마틴은 이번 관세로 인해 최대 3000만 파운드(약 570억원)의 이익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호스 대표는 일부 초고가 소량 생산 브랜드는 미국 수출 비중이 전체의 30~50%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20만 파운드(3억8000만원)짜리 차를 살 수 있다면 25만 파운드(4억7000만원)도 감당할 수 있다고 가정하겠지만, 고소득층은 상황 판단이 기민하다”며 “고소득층이라고 해도 차량 가격이 25% 인상되면 구매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세가 현실화되면 주문이 급감하고 기업들은 수주 감소를 장부에서 즉각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기업들이 최대한 빠르게 미국으로 차량을 출고하려고 노력 중이지만, 관세 여파로 몇 주 내에 구조조정이나 정리해고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싱크탱크 공공정책연구소(IPPR)도 관세로 인해 대미 수출이 줄어들 경우 최대 2만5000개의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英재규어랜드로버, 25% 관세 폭탄에 “美 수출 4월 한달 동안 중단”
한편, 재규어 랜드로버는 지난 5일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동안 단기 조치로 4월 출하 중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3일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밖에서 생산된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이 회사는 글로벌 판매량 중 미국 비중이 25% 안팎이지만 미국 공장이 없어 영국에서 생산한 차량을 수출해 왔다.
재규어 랜드로버 등 미국에 공장을 두고 있지 않은 고급차 업체들이 미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인해 더 큰 직격탄을 맞는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당시 “자동차 관세는 벤틀리와 애스턴마틴을 포함한 영국의 고급 자동차 제조업체에 특별한 도전이 된다. 비교적 적은 수의 차량을 판매하고 따라서 생산 시설의 수가 적기 때문”이라며 “그들에게 미국에 제조 시설을 세우는 것은 경제적이지 않아 관세를 우회할 쉬운 방법이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