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맥주 업계가 침통한 분위기다. 내수 부진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로 이중고를 겪고 있어서다.
23일(현지시간) 독일 ‘맥주의 날’을 맞아 독일 연방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독일 내 맥주 판매량은 67억9300만L로 2014년 대비 15.1% 감소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수출량도 15억4500만L에서 14억5200만L로 6.0% 줄었다. 맥주 양조장 수는 2019년 1662개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1459개까지 줄었다.

독일에서 ‘웰빙’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맥주업계의 불황이 찾아왔다고 DPA통신은 짚었다. 업계에선 무알코올 맥주가 급성장하고 있지만, 산업 전체를 지탱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맥주 전문가인 니클라스 오터는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찾아와야 맥주 소비가 반등할 것”이라고 통신에 말했다.
문제는 내수 부진뿐만이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가 가격 경쟁력에 큰 타격을 줬다. 이달 초부터 모든 나라 수입품에 보편관세 10%가 적용된 데다 유럽연합(EU)에 대한 관세 20%가 90일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7월부터 추가될 수 있다. 로저 베그너 맥주수출협회 대표는 “캔맥주의 경우, 알루미늄 제품 관세 25%가 더 붙었다”고 우려했다.

관세 후폭풍은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류업계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브랜디 산업은 매출의 20% 감소를 우려하며 대량 해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탈리아 와인업계는 “미국내 유럽산 주류가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고, 아일랜드 위스키협회는 “미국 수출이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는 만큼 관세 인상으로 사실상 ‘게임 오버’”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럽산 주류 수출 감소는 미국 내 유통업체의 일자리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며 양측 모두 피해를 입는 ‘루즈 루즈(Lose-Lose)’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유럽의 주류 수출 규모는 연간 29억 유로(약 3조2000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