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가덕도신공항 사업이 첫 삽도 떠보지 못하고 좌초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건설 경기 침체로 건설 분야 생산과 투자가 모두 줄어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국책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까지 집행이 지연돼 경기 회복에 부담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8일 가덕도신공항 사업의 건설사인 현대건설이 공사 기한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설명 자료를 국토교통부에 제출하면서 사실상 공사 기한이 무기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총 사업비가 무려 13조 7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던 만큼 사업이 좌초될 경우 경제성장률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건설업 분야는 최근 들어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달 5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건설업 생산은 지난해 2분기 전년 동월 대비 –3.1% 감소한 후 같은 해 3분기(-9.1%), 4분기(-9.7%)에 이어 올해 1분기(-20.7%)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건설기성 부문 역시 지난해 2분기 –1.3% 하락한 후 지난해 3분기(-7.9%)와 4분기(-8.7%), 올해 1분기(-20.1%)까지 연달아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공공 발주 부문에서는 2023년 4분기(-5.5%) 이후 지난해 3분기까지 4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였다. 지난해 4분기(2.7%) 깜짝 반등했지만 올해 1분기 다시 –5.3%로 돌아섰다.
부진한 건설 경기는 경제성장률도 끌어내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올해 1분기 실질 GDP 성장률(직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2%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는 전기 대비 –3.2%를 기록해 설비투자(-2.1%), 수출(-1.1%) 등 다른 분야와 비교해도 가장 낮았다.
부진한 건설 경기에 정부도 대책 마련을 고심하고 있다. 이달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추가경정예산에는 자동차·철강·건설업 등 고용 현안 업종을 대상으로 ‘고용 둔화 대응 지원’ 사업을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사업 대상에는 미국 관세정책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자동차·철강 외에 건설업도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부 입장에서도 건설업 부진으로 공사 현장이 줄어들면서 일용직 고용이 줄고 실업이 늘어날 가능성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건설업 동향이 등락을 반복하기보다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정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야 합의 과정에서 지역 건설 경기 보완을 위한 SOC 예산 8000억 원이 추경에 추가로 반영되기도 했다. 애초 정부안에는 담기지 않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도로·철도 등 SOC 건설, 신축 매입 임대 등 임대주택 공급 사업 등이 추가된 것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주는 SOC 사업이 지체된다면 성장 동력이 떨어질 수는 있다”면서도 “장기적으로 저성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