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목적 의료 매출 연간 7조3000억
개업한 의사가 성형수술이나 보톡스, 필러 등 미용 목적의 의료행위로 한 해 총 7조3000억원 규모의 매출을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 비급여 진료비가 약 22조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중 미용 의료가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피부과뿐 아니라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다른 전공에서도 미용의료 시장에 뛰어들면서 매출 규모가 매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세계일보가 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요청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부가가치세 과세분 매출액은 7조2795억원이다. 2020년 4조1785억원에서 3년 새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부가세 과세분 매출액은 병원이 부가세 대상으로 신고한 매출액이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의료보건 서비스는 부가세 면제지만, 미용 목적이라면 매출액의 10%를 납부해야 한다. 즉, 부가세 과세분 매출액을 곧 ‘미용 목적으로 벌어들인 매출’로 볼 수 있는 것이다.
2023년을 보면 개업의는 부가세 과세분 매출액 7조2795억원 중 비용 등을 공제받고 남은 금액의 10%인 3647억원을 세금으로 냈다.
전공별 미용 의료 관련 매출을 보면 피부과·비뇨기과가 2023년 3조6164억원으로, 3년 전(1조9399억원)보다 2배 가까이 늘었다. 성형외과도 같은 기간 1조5321억원에서 2조4945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눈에 띄는 건 미용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다른 전공도 관련 매출액이 해마다 늘고 있단 점이다.
일반과·내과·소아과의 부가세 과세분 매출액은 2020년 1754억원에서 3311억원으로, 가정의학과 등 기타의원은 3283억원에서 525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들은 모두 피부과가 아니지만 보톡스와 필러, 레이저, 수액 등의 미용 목적의 의료행위를 하면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개원의들이 너나할것 없이 미용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결국 돈 문제다.
두드러기나 아토피, 습진 등 보험 적용이 되는 일반 진료는 치료 과정은 복잡한데 수익이 낮은 반면, 미용시술은 비급여 대상이라 '부르는 게 값’이다. 이 과정에서 진료가 시급한 일반 진료는 외면받기 일쑤다.
현행 의료법 제15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명시돼있다.
다만 이 정당한 사유에는 ‘의사가 다른 전문 과목 영역이나 난이도 높은 진료를 수행할 경험이나 전문 지식이 부족할 때’ 등이 포함돼 있어, 현행법상으로는 미용시술을 위해 일반 진료를 거부해도 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환자가 일반 진료를 받으려면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의료법상 간판에 ‘OO피부과 의원’이 전문의이고, 일반의의 경우 ‘OO의원(진료과목:피부과)’이라고 구분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지난해 대한피부과학회가 발표한 ‘피부과 의사를 거짓 표방하는 미용 의사들의 행태와 문제점 및 대처 방안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비피부과 의사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미디어 악용(88.2%)이나 진료과목표시위반(72.9%), 불법홍보(62.7%), 진료소견서 속이기(32.9%)를 이용해 피부과 전문의나 피부과 의사인 것처럼 속이고 있었다.
강훈 대한피부과학회장은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비전문의의 피부과 표방 진료를 근절하기 위해 정부 및 관계 기관과 협력해 단속을 강화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지속적인 법적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의료법과 관련 규정을 개정해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피부과를 표방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우 기자 realsto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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