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지난 21일 개최한 삼성생명 회계 논란과 관련된 전문가 간담회에서 과반 이상은 삼성생명을 옹호하는 입장을 보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중에는 삼성 측과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맺고 있는 이들도 있어 패널 구성을 둘러싸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25일 금감원 간담회 참석자들에 따르면 당시 참석자들 13명 중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방식을 두둔하는 입장은 8명으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삼일·안진·삼정·한영 등 4대 회계법인과 일부 교수들로, ‘일탈 회계’ 허용이 국제 회계기준을 위배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일탈 회계(예외 적용)’란 2023년 새 회계기준 도입 이후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 관련한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 재원을 별도 항목으로 표시하도록 예외를 허용한 조치로, 회계업계에선 예외 규정이 맞는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날 삼성생명 회계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한 이들은 한국회계기준원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일부 교수들까지 5명 가량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간담회 직전 패널 구성에 우려를 제기하는 성명이 발표된 이후 뒤늦게 추가된 인사다. 금감원의 당초 계획대로 구성했다면 ‘삼성생명 옹호’ 의견이 절대 다수가 됐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간담회에선 일부 참석자들과 삼성의 직·간접적 이해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발언자 중 삼성생명과 삼성전자, 삼성그룹과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거래관계가 있다면 발언을 정리할 때 이를 기재해 금감원장에게 보고했으면 한다”는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금감원 측은 이같은 문제제기에 “회계법인 분들은 다 (삼성 관련) 감사나 용역을 수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참석한 교수진이 개인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하는 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참석자들 중 한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의혹이 일었을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의뢰로 삼바의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금감원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금감원 관계자들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서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과거 냈던 보도자료에 ‘보유 주식 매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전제는 없었기 때문에, 주식을 매각했다는 이유만으로 일탈 회계 중단 요건이 성립되진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학계 등에선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다는 점을 근거로 일탈 회계를 적용받고도 지난 2월 해당 주식을 매각한 점을 문제삼은 바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자사주 소각으로 인해 금융산업 구조개선법률상 삼성전자 주식 일부를 매각해야 했다는 입장이다.
회계업계 한 관계자는 “일탈 회계에 관여했던 금감원 인사들은 그대로”라며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근거로 문제를 덮으려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