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페이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가 맞붙은 행정소송서 비밀엄수 의무 위반 논란이 불거졌다. 개보위에서 조사를 담당한 팀장이 제재 처분 이후 이번 사태에 관련한 논문을 쓰고 이를 재판부에 참고자료로 제출하면서 카카오페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3일 핀테크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카카오페이가 개보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처분 취소 청구 소송 1차 변론기일에서, 개보위 측은 해당 조사팀장이 저자로 참여한 논문을 참고자료로 제출했다.
카카오페이는 이 논문에 자사 비밀·기밀이 담겨 있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해당 논문에 △알리페이와 애플 간 체결한 계약(GFA, GIA) 구체적 내용△ 카카오페이-애플 간 체결된 계약서 내 수수료율 등이 담겨 있다고 주장한다. 올해 1월 개보위가 작성한 제재 의결서에 해당 내용이 들어가 있지 않은데 조사책임자가 논문에서 이를 언급하고 재판부에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행정조사기본법·국가공무원법에 위배된다고 반발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조사 과정에서 제출받거나 수집한 서류·자료 등을 이 법(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일반에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했다. 또 행정조사기본법도 “행정조사 대상자 또는 행정조사의 내용을 공표하거나 직무상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여서도 안 된다”고 규정했다.
반면 조사를 담당한 개보위 팀장은 “속기록, 처분서, 의결서 등 공개된 내용에 해설을 덧붙인 논문”이라면서 “판결확정을 기다리지 않고 논문을 쓰는 경우도 있고, 개보위 내부에 법 위반 여부를 검토받아 '문제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법 위반이 아닐 뿐더라, 해당 논문에 기업기밀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위법 여부는 따져봐야 하지만, 부적절한 면이 있다”는데 동의하는 분위기다. 한 변호사는 “판결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이해 당사자가 논문을 작성하고 이를 재판부에 제출하는 것은 흔치 않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는 논문 내용을 가지고 세심하게 따져봐야 하겠지만 이 행동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로펌 변호사 역시 “판례를 보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여부와 상관 없이 소송절차 중 민감한 사안을 공무원이 외부에 공개해 공직 사회 신뢰성·중립성 훼손 우려가 있는 경우, 국가공무원법에 따라 품위유지 의무를 해쳤는지 따져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 부장판사 강재원)는 일단 신중한 입장이다. 1차 변론기일에서 개보위측이 참고자료로 논문을 제출하자 “피고는 논문에서 동의하는 부분이 있으면 피고 측 주장으로 내는 게 맞다”면서 “이 부분은 법원 판사들도 조심하는 부분이다. 판사들도 자기가 맡은 사건이 확정된 후 한참 지나서 논문을 낸다. 진행 중인 사건을 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개보위는 올해 1월 카카오페이가 고객 동의를 받지 않고 약 4000만명 개인정보를 알리페이에 유출했다며 59억68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개보위 위원 중 6명 중 5명이 찬성했다. 이에 카카오페이는 올 4월 제재 처분에 불복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법원은 카카오페이가 개보위 시정명령, 공표명령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했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 정보유출 사건은 개보위 내에서도 제재 관련 찬반이 뒤바뀔 정도로 법적으로 모호한 부분이 있어서 논쟁이 컸던 사안”이라면서 “금융권에서는 감독당국 제재에 행정소송을 하는 경우도 드문데, 이 과정에서 기업 정보보호 유출 논란까지 불거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