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엑스포가 남길 것

2025-04-14

“인간 세탁기는 이번에 볼 수 있나?” 지난달 26일 오사카 유메시마. 한창 공사 중인 엑스포장을 둘러보던 외신 기자가 나지막이 말한다. 1970년 오사카 엑스포에서 첫선을 보여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던 인간 세탁기가 궁금하단 얘기다. 파나소닉(당시 산요전기)이 선보인 것으로 캡슐 안에 들어가면 사람을 ‘세탁’해주는 기계로 당시에 관심을 끌었다. 지난 13일 막을 올린 오사카 엑스포장. 주식회사 사이언스가 최신 기술로 재현한 ‘미라이 인간 세탁기’가 공개됐다. ‘몸만이 아니라 마음마저 씻어내, 건강관리를 서포트한다’는 소개문이 붙은 이 세탁기엔 또다시 사람들이 몰렸다. 전날 개막식에 맞춰 행사장을 찾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마저 “아, 이거다”라며 찾아왔을 정도였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미세 거품으로 씻어주고 자연풍에 가까운 온풍으로 뽀송뽀송하게 말려주는 세탁기. 중학생 시절 오사카 엑스포에서 본 이 제품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언제부터 판매되느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요즘 스마트폰으로 즐길 것이 얼마나 많고, 경천동지할 기술을 선보이는 것도 아닌데 누가 엑스포에 가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겠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엑스포의 저조한 예매에도 불구하고 기회가 된다면 한번 가보길 바라는 곳이 있다. 바로 생명과 미래를 콘셉트로 한 이번 엑스포의 주 전시관이다. 일본이 꾸민 이곳은 인간이 인공지능(AI) 안드로이드와 공존하는 50년 뒤의 미래를 그렸다. 이곳에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물은 백발의 할머니. 발레를 좋아하는 손녀와 함께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지만 할머니에겐 선택의 순간이 온다. 죽음이다. 이곳을 디자인한 이시구로 히로시 오사카대 교수는 다른 미래상을 제시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맞이하는 생의 끝, 인간은 두 가지 선택지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는 지금 이대로의 죽음. 또 하나는 내 모든 기억을 인공지능 로봇으로 옮겨 제2의 생을 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 할머니가 어떤 선택을 내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기술이 진보할수록 인간의 정의가 바뀐다”는 이야기를 함께 생각해볼 수 있다.

오사카 박람회가 55년 전 선보였던 많은 것들은 이미 우리 곁에 와있다. 캔커피를 비롯해 스마트폰과 화상회의 시스템, 커피 맛 아이스크림, 온수가 나오는 세정 양변기, 모노레일, 걸어가는 도로(무빙워크)까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실현됐다. 개막 전부터 말 많고 탈 많았던 오사카 박람회가 이번에 우리에게 남길 것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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