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내내 좌완 갈증에 시달리던 NC 불펜에 든든한 지원군이 차례로 가세했다. NC는 임정호(35)를 지난달 25일, 김영규(25)를 지난 13일 1군 등록했다. 지난 수년간 NC 뒷문을 지켜온 좌완 불펜 투수들이다.
임정호도 김영규도 이번 시즌을 1군에서 시작하지 못했다. 임정호는 구위가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 2군에서 시즌 개막을 맞았다. 김영규는 지난해 어깨 부상 이후 최근까지 재활에 매달렸다.
임정호는 지난해 11월 NC와 3년 최대 12억원 FA 계약을 맺었다. FA 첫해인 만큼 이번 시즌을 준비하는 각오가 남달랐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임정호는 “전지훈련 마지막 주쯤에 목에 담이 왔는데 그 이후로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후 이호준 NC 감독이 시즌 중 3차례나 1군에 올라오지 않겠느냐고 물었지만, 임정호는 그때마다 고개를 저었다. 임정호는 “지금 당장은 1군에 올라가도 내가 원하는 만큼 못 던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사령탑의 ‘삼고초려’까지 거절하고 임정호는 2군과 재활군에서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 하루에 200개씩 공을 던졌다.
김영규는 지난해 8월 어깨 부상이후 10개월 만에 1군 복귀했다. 야구를 시작하고 이번처럼 오래 쉰 적이 없었다. 김영규는 “스트레스가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남들은 다 야구하고 있는데 저만 못하고 있으니까 불안했다”고 말했다. 꿈꿔오던 선발 복귀를 눈앞에 두고 2차례나 기회를 놓쳐 더 상실감이 컸다. 김영규는 지난 시즌 선발로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스프링캠프 기간 팔꿈치 부상으로 없던 일이 됐다. 올해 새로 부임한 이호준 감독도 김영규를 선발로 쓰려 했지만, 재활이 생각보다 길어지면서 시기를 놓쳤다. 김영규는 “이제 보직 생각은 없다. 그냥 건강하게 야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최성영에 임정호, 김영규까지 1군에서 다년간 활약한 좌완들이 가세하면서 NC 불펜도 이제 균형이 맞춰졌다. 이 감독은 이들의 쓰임새를 좌타 상대로만 국한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김영규는 선발 전환을 계획했을 만큼 좌우를 가리지 않는 투수다. 임정호도 이제까지의 ‘좌타 스페셜리스트’를 넘어 확실하게 1이닝을 책임지는 필승조로 나선다. 시즌 전 감독 면담 때 임정호는 “1군에 돌아오면 우타가 올라와도 믿고 써달라”는 말을 전하고 2군으로 내려갔다. 우타자 상대로 확실한 무기를 갖추기 위해 지난겨울부터 백도어 슬라이더를 집중 연마했다. 임정호는 “계속 원포인트로만 던지면 불펜 운용 전체가 힘들어진다. 저 앞뒤로 준비하는 투수들에게 다 부담이 된다”면서 “백도어 슬라이더를 연습한 것도 우타자 상대로도 잘 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임정호는 복귀 이후 18일까지 7이닝 2실점 평균자책 2.57로 호투 중이다. 김영규도 복귀 후 2차례 등판해 모두 무실점으로 막았다. 이 감독은 김영규에 대해 “14일 첫 등판보다 17일 두 번째 등판 때 공이 훨씬 더 좋더라”고 칭찬했다. 임정호와 김영규가 합류하면서 불펜 전체에 숨통이 트였다. 이 감독은 이번 시즌 필승조 역할을 하던 김진호와 손주환을 최근 차례로 1군 말소했다.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임정호와 김영규가 1군에 복귀한 덕분에 한결 마음 편하게 결단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