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 쓸어담는 테더·서클…보유액 사상 첫 韓 넘었다[진격의 스테이블 코인]

2025-05-18

세계 1·2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테더(USDT)와 서클(USDC)이 갖고 있는 미국 국채 규모가 처음으로 한국을 앞섰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확대되면서 주요 담보물인 미 국채 보유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달러 스테이블코인 및 관련 산업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한국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법적 기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본지 5월 13일자 1·2면 시리즈 참조

18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올 3월 말 현재 한국이 보유한 미 국채 규모는 1258억 달러(약 176조 1800억 원)로 집계됐다.

테더는 3월 말 기준 1034억 달러, 유에스디코인(USDC)을 발행하는 서클은 249억 달러 규모의 미 국채를 갖고 있다고 각각 공시했다. 두 업체의 미 국채 소유량만 1283억 달러로 국가 기준으로 보면 처음으로 한국을 앞질렀다. 지난해 말만 해도 한국 정부의 미 국채 보유량은 1249억 달러로 1141억 달러였던 테더와 서클보다 많았는데 3개월 만에 뒤집힌 것이다.

두 회사의 미 국채 보유량은 인도(2399억 달러)와 브라질(2084억 달러), 노르웨이(2001억 달러), 사우디아라비아(1316억 달러) 등보다 적지만 한국과 독일(1114억 달러), 아랍에미리트(1044억 달러)보다 많다. 미 국채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중요도를 고려할 때 스테이블코인 업체의 힘이 웬만한 국가보다 세졌다는 뜻이다.

테더와 서클이 보유한 미 국채가 급증하는 것은 코인 가격을 달러와 연동해 일정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자산인 미 국채와 현금 등이 필요하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늘수록 미 국채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 구조다.

그 결과 테더와 서클의 미 국채 매입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말 현재 910억 달러에서 1년 새 373억 달러가량 폭증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늘어나면서 2023년 말 기준 1304억 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현재 2438억 달러 수준까지 커졌다. 이 가운데 USDT와 USDC가 시장의 87%를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주요국이 스테이블코인 육성과 제도 정비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만 해도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인 ‘지니어스(GENIUS)’가 상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재표결을 통해 이번 주 처리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부터 암호화자산규제법(MiCA)을 시행했다. 이 법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준비금 요건과 유동성을 요구하고 이를 준수했을 때만 발행 허가를 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EU는 역내 지급결제에 유로가 아닌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을 금지했다.

반면 한국은 스테이블코인이 법적·제도적 공백 상태에 놓여 있다. 테더로 충전한 뒤 비자카드망을 통해 국내 전역에서 결제가 가능한 선불카드가 쓰이고 있고 소프트웨어(SW)와 게임 업체들이 USDT와 USDC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규제할 장치조차 없는 셈이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을 우회해 결제와 송금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당국의 관리와 정식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많다.

금융 당국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를 담은 ‘2단계 가상자산기본법’을 하반기 발의할 계획이지만 상대적으로 도입 속도가 더디다. 앞서 하나금융연구소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 예금 수요를 감소시켜 은행의 자금 중개 기능을 약화시키고 통화정책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며 “국내외 상황을 고려해 조속하고 체계적인 입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6·3 대선 전후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논의가 더 활성화돼야 한다는 조언이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 유튜버들과의 대담에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놓아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했고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 산업 활성화 공약을 통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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