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러트닉發 국가자본주의 논란

2025-08-27

국가의 체제는 공장·토지 등 생산 수단을 사회나 국가가 공동으로 소유하느냐, 개인이 소유하느냐에 따라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로 분류된다. 사회주의에서도 국가 권력이 강하게 개입해 직접 경제를 통제하고 운영하면 국가사회주의다. 옛 소련의 계획경제가 여기에 해당된다. 자본주의 틀 안에서도 국가가 중요 산업에 개입하거나 직접 운영하면 국가자본주의로 여겨진다. 오늘날의 중국·러시아·싱가포르, 그리고 샤를 드골 시대의 프랑스 등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자본주의 종주국인 미국에서 요즘 난데없는 국가자본주의 논란이 불붙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이 주요 반도체·방산 업체 등에 대한 지분 확보를 뜻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생긴 논란이다. 러트닉 장관은 26일 “록히드마틴은 매출의 97%를 미국 정부에서 만든다”면서 미국 방산 업체의 지분 확보 가능성을 시사했다. 앞서 미 정부는 인텔로부터 보조금의 대가로 지분 10%를 받고 희토류 기업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를 투자하며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다. 또 엔비디아·AMD에는 반도체의 중국 판매를 허용하면서 매출의 15%를 정부에 납부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국가자본주의를 닮아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이처럼 국가 개입을 강화하고 나선 것은 자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차지하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비중은 2차 세계대전 직후 40~45%에서 24% 수준으로 떨어졌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24년 123%로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채 매각이 제대로 소화될지 고민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의 패권 도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이에 조 바이든 전임 정부가 대규모 보조금으로 첨단 제조업 살리기에 나선 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의 방위비 확대를 압박하고 전 세계에 관세 폭탄을 퍼붓고 있다. 우리가 지금 블록화와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각자도생의 시대에 살고 있음을 절감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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