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전 챔피언 김지석의 귀환…한국, 삼성화재배 16강 첫날도 승·승·승

2025-11-10

30주년을 맞은 삼성화재배에서 한국 선수들의 초반 선전이 이어지고 있다. 2025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16강전 첫날 경기가 열린 10일, 한국 선수 4명이 출전해 3명이 8강에 진출했다. 16강에서 탈락한 유일한 한국 선수의 상대는 한국 선수였다. 즉, 이날 한국은 다 이겼다.

스타트는 한국 2위 박정환 9단이 끊었다. 박정환은 상대 전적 8승 2패로 크게 앞선 일본의 시바노 도라마루 9단을 이날도 쉽게 물리쳤다. 하변에서 일찌감치 패싸움이 났는데, 시바노 도라마루가 서둘러 패를 해소하는 바람에 형세가 확 기울었다. 시바노 도라마루가 뒤늦게 총공세에 나섰으나 노련한 박정환이 백의 포위망을 손쉽게 뚫어 버렸다. 더이상 해볼 데가 없다는 걸 확인한 시바노 도라마루는 묵묵히 돌을 던졌다. 137수로 끝났으니 단명국에 가깝다.

사실 16강전 첫날의 하이라이트는 한국 9위 김지석 9단과 중국 16위 롄샤오 9단이 맞붙은 한중전이었다. 초반에는 흑을 잡은 롄샤오가 크게 앞섰으나, 김지석이 뚜벅뚜벅 따라붙었다. 10%까지 추락했던 승률그래프가 중반에 접어들자 얼추 균형을 맞췄다. 이후부터 바둑은 한 수 둘 때마다 엎치락뒤치락 형세가 요동쳤다.

대마 사활을 건 큰 싸움은 없었으나, 그렇다고 집만 버는 계가 바둑은 아니었다. 서로 상대의 급소를 정확히 노렸고, 상대가 공격하면 되레 역공을 가했다. 그렇게 치고 받고 싸우던 바둑은 초읽기가 시작되자 백 쪽으로 서서히 기울었다. 김지석이 예의 그 날카로운 수읽기로 롄샤오의 빈틈을 콕콕 찔러대니 격차가 조금씩 벌어졌다. 그 격차는 회복할 수 없는 수준까지 커졌고, 끝내 롄샤오는 항복을 선언했다. 242수 백 불계승이었다.

2025 삼성화재배에서 김지석의 활약은 인상적이다. 1989년생으로 올해 36세인 김지석은 최근 들어 한국바둑리그에 불참하는 등 대회 참가가 뜸했다. 삼성화재배 본선에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9일 32강에서 중국이 자랑하는 신예 강자 왕싱하오 9단을 완파해 주위를 놀랬다. 10일 16강전에선 지난해 삼성화재배 4강 진출자 롄샤오마저 돌려세웠다. 김지석은 2014년 삼성화재배 챔피언이다.

한국 7위 강동윤 9단은 한·한 대결에서 14위 박상진 9단에 백으로 불계승하고 8강에 올랐다. 이번 대회 강동윤은 대진운이 좋다. 32강에선 월드조를 통과한 유일한 아마추어 선수를 상대했고, 16강에선 저보다 랭킹이 낮은 한국 선수를 만났다. 강동윤의 운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또 하나 생겼다.

11일 16강 둘째 날엔 한국 선수 3명이 출전한다. 당대 1인자 신진서 9단이 중국 13위 랴오위안허 9단을 상대하고, 이지현 9단은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 9단을 만난다. 시니어조를 통과한 45세 목진석 9단과 U-20조를 통과한 19세 푸젠헝 7단과의 ‘26년차 대결’도 관심이 간다. 8강 대진은 11일 16강전이 마무리되면 추첨으로 바로 정한다.

2025 삼성화재배는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이 후원하고 한국기원이 주관한다. 각자 제한시간 2시간, 1분 초읽기 5회가 주어진다. 모든 대국은 정오에 시작한다.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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