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니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긴 더위가 끝나가는 게 느껴집니다. 이제 곧 가을이라는 단어가 사람들 생활 속에 파고들 듯해요. 날씨도 조금 시원해지니 바깥 나들이도 하면서 운동도 할 겸 산책도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동네마다 걷거나 뛸 수 있는 장소가 있지요. 요즘 우리나라 조깅 인구가 1000만 시대가 되었다고 하던데요. 건강을 위해 달리기를 하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조깅을 하다 보면 주로 천변을 달리는 경우가 많지요. 공원이나 천변 양지바른 곳에 여름부터 9월까지 한창 피어있는 분홍색의 어여쁜 꽃이 있습니다. 흔히 나팔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은 ‘메꽃’입니다. 나팔꽃과 메꽃은 꽃 모양이 닮아 혼동하기 쉬운데, 알고 보면 여러 가지 차이점이 있죠. 먼저 나팔꽃은 귀화식물이지만 메꽃은 토종입니다. 토종이냐 외래종이냐를 따지는 것은 사실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우리 땅에 오랜 시간 살아왔던 점을 기억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흔히 만나는 메꽃은 연한 홍색인데, 메꽃과인 나팔꽃은 크게 두 종류가 눈에 자주 띄죠. 붉은색을 띠는 나팔꽃이 있고 파란색을 띠는 나팔꽃이 있는데, 흔히 붉은색 나팔꽃은 둥근잎나팔꽃이라고 하고, 파란 나팔꽃은 미국나팔꽃이라고 해요. 물론 꽃의 색깔은 저마다 다르므로 잎 모양으로 구분하는 게 더 좋습니다. 둥근잎나팔꽃은 잎이 갈라지지 않고 둥그런 하트 모양에 가깝고 미국나팔꽃은 길게 세 갈래로 갈라졌죠. 메꽃의 잎은 미국나팔꽃과 비슷한 형태이긴 한데 갈라진 밑동 양쪽이 작아 방패처럼 생겼어요.
‘메’라는 말이 어디서 온 건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이는 메꽃의 덩이뿌리를 ‘메’라고 부른 것에서 유래됐다고 하는데요. 예전에는 메꽃 뿌리를 밥에 넣어 같이 쪄서 먹었다고 합니다. 멥쌀이란 말도 있지요. 제사 지낼 때 ‘메 올려라’ 하는 건 밥을 올리라는 뜻입니다. 밥이나 쌀을 가리키는 말로 ‘메’라는 단어가 있었고 그것을 대신해서 먹었던 덩이뿌리라서 메꽃이라고 부르게 됐다는 이야기랄까요. 또 산을 뜻하는 ‘뫼’에서 비롯됐다고도 합니다. 메밀의 경우 산에서 나는 밀이라고 해서 ‘뫼밀’이 메밀이 된 것이라 합니다. 그래서 거기에서도 유래를 찾고 있습니다만 앞의 경우보다는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는 듯하죠. 메꽃은 산이 아니라 주택가나 들판에서 잘 자라니까요.

나팔꽃 종류는 주로 새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서 아침 5~9시 사이에 가장 활짝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서 시들어 다음 날 시든 꽃이 떨어집니다. 반면에 메꽃은 낮에 피어있죠. 그래서 일본에서는 나팔꽃을 ‘아사가오(あさがお·朝顔·아침 얼굴)’라고 부르고, 메꽃은 ‘히루가오 (ひるがお·昼顔·낮 얼굴)’ 라고 부릅니다. 참고로 ‘유우가오(ゆうがお·夕顔·저녁 얼굴)’는 '박꽃'을 말해요. 아침에 피는 꽃, 점심에 피는 꽃, 저녁에 피는 꽃을 얼굴에 비유한 일본의 작명 센스가 재밌죠.
나팔꽃은 한해살이풀이지만 메꽃은 여러해살이풀입니다. 나팔꽃은 꽃이 지고 나면 열매가 열리는데 그 안에 까만 씨가 많이 들어 있어요. 그 씨가 땅에 떨어져서 번식하죠. 메꽃은 씨를 뿌리지 않아도 봄이면 뿌리줄기에서 새싹이 올라옵니다. 그래서인지 메꽃은 보통 열매를 맺지 않아요. 나팔꽃은 싹이 날 때 본잎이 나온 후 덩굴을 뻗지만 메꽃은 반대로 덩굴 먼저 뻗은 후에 본잎을 냅니다. 생김새는 비슷한데 꽃의 색깔도 다르고 잎의 형태도 다르고 피는 시기도 다르며 생태도 다릅니다. 닮았지만 서로 다른 나팔꽃과 메꽃이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우리는 일견 모두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다른 사람이고 각자 다른 삶을 살고 있지요. 가족이나 친구들이 모두 내 맘과 같을 거라 생각하지만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다른 생각과 다른 행동을 합니다. 다양성만 인정해도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하죠. 자연은 다양한 꽃과 잎, 삶의 방식들을 끊임없이 보여주며 이 세상은 다양한 생명체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 어울려 잘살고 있으니 우리 인간들도 다양함을 추구하는 삶을 살라고 말해줍니다.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