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명의 태국 수도 방콕은 외국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메트로폴리스다. 1년에 200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이 도시를 찾는다. 도시 곳곳에 관광지와 유흥가가 발달했고, 화려한 밤 문화는 방콕 여행의 상징과도 같다. 요즘은 달라졌다. 야시장과 카오산 로드를 헤매다가 발 마사지를 받던 기존의 방콕 관광 공식은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의 등장으로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
100년 전 교회와 공장·카페가 공존
지난달 28일 방콕에 도착해 실롬·사톤 지역에 머물렀다. 아침마다 방콕의 센트럴파크라 불리는 룸피니 공원에서 조깅을 했다. 공원 입구에는 열정적으로 에어로빅을 하는 사람이 많았고, 공원 둘레길은 러너들의 숨소리로 가득 찼다.
룸피니 공원에서 서쪽으로 15분만 걸으면 차오프라야 강변에 인접한 방락 지역이 나온다. 방콕 최초의 포장도로인 ‘타논 짜런끄룽’을 중심으로, 20세기 초 유럽 상인이 정착하며 호황을 누린 곳이다. 도심이 강변에서 내륙으로 이동한 뒤 쇠락했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정부와 도시 전문가,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지역을 되살렸다.
현지에선 이곳과 차이나타운 일부를 합쳐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라고 부른다. 20세기 초 유럽풍 교회와 건물이 많이 남아있고,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허름한 골목도 그대로다. 이곳에 벽화가 더해지고 갤러리·카페 등이 줄줄이 들어서며 현지인과 관광객을 끌어들였다. 서울 성수동, 을지로를 연상시킨다.
포르투갈 그라피티 아티스트 빌스의 작품이 새겨진 포르투갈 대사관 담벼락이 대표 명소다. ‘웨어하우스 30’도 유명하다. 1940년대에 만들었다가 방치한 창고 7개 동이 태국의 유명 건축가 두앙릿 분낫의 손길을 거쳐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 들어선 카페와 갤러리, 예술 공간이 방콕 청춘들에게 인기다.
미로같은 골목엔 젊은 예술가들 벽화
차이나타운 남쪽의 ‘딸랏 너이’ 골목도 가봐야 한다. 미로처럼 좁은 골목의 담벼락에 신진 예술가들이 그린 중국풍 벽화 덕분에 전 세계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기계·자동차 부품점 사이사이에 자리한 빈티지한 카페와 레스토랑을 발견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에 가려면 수상 교통로를 이용하는 게 더 편할 수 있다. 강변에 접한 지리적 특성 때문이다. 교통 체증과 매연을 피할 수 있는 건 덤이다. 차오프라야 강변에 세계적인 특급호텔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자체 셔틀 보트를 이용해 투숙객을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 인근의 ‘사톤 피어’나 강 건너편의 대형 쇼핑몰 ‘아이콘 시암’까지 데려다준다. 이번에 머문 포시즌스 호텔 방콕도 매시간 무료 셔틀보트를 운영했다.
더운 낮에는 호텔 안에서 작은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를 만나보는 것도 좋겠다.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 안에 자리한 포시즌스 호텔은 ‘아트 스페이스(ART Space)’란 공간에서 방콕현대미술관(MOCA Bangkok)과 공동 전시를 진행 중이다. 태국 현지 예술가의 기획전을 연중 관람할 수 있다.
☞여행정보=인천~방콕 비행은 약 6시간 소요. 태국은 비자 없이 최대 90일 머물 수 있다. 방콕은 11월부터 3월까지 건기여서 여행하기에 좋다. 포시즌스 호텔 방콕은 투숙객을 대상으로 무에타이·요가·그림 등 다양한 무료 체험을 제공한다. 호텔 1층에 자리한 칵테일 바 ‘BKK소셜클럽’은 지난해 ‘월드 50 베스트 바’에서 아시아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