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간적인 건축
토마스 헤더윅 지음 | 한진이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 496쪽 | 3만원
르코르뷔지에(1887~1965)는 확고한 신념을 가진 건축가였다. “장식은 폐지해야 한다” “도시는 직선을 중심으로 건설되어야 한다” “건물은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같은 그의 신념은 건조한 사각형의 현대적 건물로 구현됐고,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건물부터 가구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는 영국 출신 디자이너 토마스 헤더윅은 건축사에 남는 이 거장을 ‘따분함의 신’이라고 조롱한다. 르코르뷔지에와 그의 유산인 직선적 건물을 모조리 비판한다. 아르헨티나·러시아·미국에 있는 모던한 건물 사진을 나열한 뒤 “이 건물이 철거된다 한들 누가 슬퍼할까?” 같은 문구를 사진 위에 적었다. 아마 한국의 아파트나 오피스 빌딩도 헤더윅의 눈에 띄었다면 같은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더 인간적인 건축>(원제 Humanise)이 강조하는 것은 구불구불한 곡선의 외형에 “딱 알맞게 조합된 반복과 복잡성”을 갖춘 건물이다. 자연에는 직각이 없으며, 인간은 직선에 불편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한다. 따분한 건물은 사랑받지 못하기에 철거되기 쉬워 환경을 해친다고도 말한다. 건물이 그 안에 머무는 사람뿐 아니라 행인에게도 흥미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인간적인 건축이 널리 퍼진 것이 모더니즘 건축가의 책임만은 아니다. 건축으로 최대한 돈을 벌려는 건설업자와 부동산업자, 규제를 위한 규제를 만드는 관료, 창의성을 억누르는 건축학계 때문이기도 하다.
헤더윅이 추앙하는 건축가는 안토니오 가우디(1852~1926)다. 가우디의 카사 밀라는 “날마다 지나가는 우리 모두에게 손을 내밀고, 우리를 경외심으로 채우면서 미소를 불러일으키고자 한다”고 묘사한다. 헤더윅은 내년 2월 착공해 2027년 준공이 목표인 ‘노들섬 국제설계공모’에 최종 당선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