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발목?...신한은행은 '제4인뱅'을 품을 수 있을까

2024-10-12

[FETV=권지현 기자] "문제가 분명하니 해결책도 단순했다. 더 많은 은행, 그중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사용하는 대형 시중은행을 하루빨리 토스 앱에 붙여, 사람들이 쉽게 계좌를 등록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승건은 가장 많은 시간을 은행 영업에 할애했지만, 큰 은행은 미팅을 잡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책 '유난한 도전' 중)

토스 출범 및 성장기를 다룬 책 '유난한 도전' 은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가 지난 2015년 서비스 확장 당시 KB국민·신한은행 등 국내 대형 은행들과 관계를 트는 것조차 쉽지 않았던 장면을 기술한 내용이다. "금융업에 대해 뭘 알고나 뛰어든 것이냐"며 이 대표에게 면박을 준 대형 은행들과 달리 IBK기업·부산·경남은행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은행들은 토스 제안에 화답, 계좌를 토스 앱에 연동할 수 있도록 해 토스 초창기 성장에 기여했다.

'뻣뻣했던' 대형 은행들은 9년 만에 달라졌다. 현재 신한·우리은행은 국내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 경쟁에 참여,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기다리고 있다. 제4인터넷은행에 도전장을 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U)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다섯 곳이다. AMZ뱅크는 농업인 및 MZ세대, 다른 4곳은 소상공인 특화 은행을 주력으로 한다. 각 컨소시엄엔 신한은행(더존비즈온), 우리은행(한국소호은행), 현대해상(유뱅크)이 비중있게 참여하고 있다.

이목이 쏠리는 곳은 더존비즈온 컨소시엄이다. 자본력(신한은행), 데이터(더존비즈온) 모두 우위에 선, 제4인터넷은행 유력 후보다. 신한은행은 수십년간 쌓은 금융 노하우에 더존비즈온의 '기업정보조회업'(기업CB라이선스의 일종) 및 중소기업 경영관리 프로그램 이용고객 데이터를 분석 접목해 개인사업자 대출에 활용한다는 계산이다.

신한은행은 전략적 지분 투자, 매출채권현금화 중개사업 관련 합작법인 설립 등을 통해 2021년부터 더존비즈온과 관계를 만들어왔다. 은행뿐만이 아니다. 신한금융그룹의 증권계열사인 신한투자증권은 더존비즈온과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을 구성, 제4이동통신 인가 선정에 도전장을 냈다. 신한이 더존비즈온과의 협력에 '진심'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제4이동통신 사업은 결국 최종 무산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을 갖고자 하는 신한은행의 강력한 의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룹의 또다른 은행인 제주은행이 시도때도 없이 '인뱅 전환설'에 시달리는 것도 이런 맥락"이라며 "''디지털 부심'이 있는 신한은행으로선 초창기 토스와 잘 협력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부분으로 남아있어 어떻게든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통해 제대로된 디지털 뱅크를 보여주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국정감사에서 터져나왔다. 지난 10일 오후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더존비즈온 컨소시엄을 가리켜 "신한은행이 더존뱅크 지분 9.9%를 갖고 있어 은행이 가질 수 있는 최대 지분율(10%)을 밑돌아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신한금융지주가 100% 지배하고 있는 신한투자증권이 더존비즈온(더존뱅크 지분 34% 보유) 지분 10.98%를 갖고 있는 데다 더존비즈온 지분 21.51%를 가진 김용우 더존비즈온 회장에 대해 신한투자증권이 질권을 설정했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신한금융지주가 더존뱅크를 우회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뜻으로, 특정 영향력이 은행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제4인터넷은행 관련 절차는 아직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준이 마련되면 심사는 엄중하게 하겠다"고 답했다.

국정감사 자리에서 신한은행과 더존비즈온이 꼭집어 지목되면서 향후 있을 제4인터넷은행 선정 기준안 마련 및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현재 진행 중인 기존 인터넷은행 평가를 마치는 대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제4인터넷은행 인가 기준을 작성하겠다. 늦어도 올해 11월까지 심사 기준을 마련하고 관련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