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농사일 도우며 감수성 키워”…한강 노벨문학상에 주목받는 ‘지역’

2024-10-13

소설가 한강(53)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지역관광 활성화’ 효과도 기대된다. 작가가 어린 시절 자주 방문했다는 아버지의 고향인 전남 장흥과 소설의 배경이 된 광주·제주 등이 주목받으면서다.

유년기 감수성 키운 ‘장흥’…“방학엔 농사일도 도와”=장흥군은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85) 작가의 고향이자, 2008년 전국 최초로 ‘문학관광기행특구’로 지정된 곳이다.

장흥군은 소설 ‘병신과 머저리’, ‘서편제’ 등의 작품으로 한국 문학계에 한 획은 그은 이청준 작가를 비롯해 다수의 현대문학 작가를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장흥 출신 문인만 100여명에 달한다.

한강의 아버지인 한승원 작가 역시 장편소설 ‘아제아제바라아제’, ‘달개비꽃 엄마’, ‘초의’ 등 빼어난 작품들을 다수 집필한 문인이다. 그는 고향인 장흥에 ‘해산토굴’을 짓고 30년 가까이 작품활동과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한강은 어린 시절 방학이면 아버지의 고향인 장흥을 찾은 것은 물론, 지금까지도 종종 작품구상과 휴식을 위해 종종 장흥을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승원 작가는 한강의 한국 첫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강이는 광주에서 태어나 자랐고, 나는 나름대로 애들에게 고향을 심어주고 싶어 여름·겨울방학에는 아이들을 장흥에 내려보냈다”며 “장흥에는 어머니와 우리 형님이 농사를 짓고 김 양식을 했는데 강이도 방학엔 모기에 물리고 감기에 걸려 가며 이 일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 아이들의 마음에는 김을 수작업으로 돕던 장흥의 정서가 남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이 소설 ‘소년이 온다’, ‘채식주의자’, ‘작별하지 않는다’ 등 뛰어난 작품을 집필한 감수성의 배경에는 소설가인 아버지와 ‘농촌’이 있었던 셈이다.

장흥군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승원·한강 부녀작가의 기념관’ 건립 추진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상문학상’과 ‘김동리문학상’을 2대에 걸쳐 수상한 이색적인 기록 또한 기념관 추진의 배경이 됐다.

김성 장흥군수는 “한강 작가가 방학마다 장흥을 찾아와 지낸 것은 시골에 대한 정서, 사람들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기반이 됐다고 생각한다”며 “세계에서 하나밖에 없는 한승원·한강 부녀작가의 기념관을 건립해 문림의향의 고장을 드높이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작품 배경 된 광주‧제주…관광 활성화 기대=한강은 자신의 출생지인 광주에서 일어난 5·18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2014년 소설 ‘소년이 온다’를 집필했다. 어두운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문학으로 풀어내기로 한 그는 2021년 제주 4·3 사건을 소재로 한 ‘작별하지 않는다’도 펴냈다.

소설을 통해 아픈 역사를 마주하고 희생자들을 위로하고자 한 그의 결심은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한강의 작품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이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문체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작품의 배경이 된 광주와 제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지역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문화 관광으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75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지역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 발맞춰 김영록 전남도지사는 “매년 문학박람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김 지사는 “이번 수상은 우리 문학이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하는 역사적 쾌거”라며 “앞으로도 문학 정신의 지평을 더욱 넓히고 깊이를 더하도록,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기념해 매년 ‘전남도 문학박람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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