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이 이제 한달 남짓 남았다. 송년회가 있는 연말에는 과음과 과식이 잦아지기 마련인데, 특히 조심해야 할 사람들이 있다. 통풍 환자들이다. 기름진 음식과 과음은 통풍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바람에 스쳐도 아프다?…출산보다 큰 통증= 통풍(痛風)은 혈액 내 요산 농도가 높아지면서 요산염 결정이 관절의 연골, 힘줄, 주위 조직에 침착되는 병이다. 요산은 음식이 간에서 대사되고 생기는 최종 분해 산물로, 몸속에 쌓이면 결정체로 변해 염증을 유발한다. 특히 극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통증 정도를 0~10 범위에서 평가하는 시각통증척도는 출산을 ‘8’, 통풍을 ‘9’로 본다.
통풍이라는 병명은 ‘바람에 스치기만 해도 아프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풍의 영어 이름 ‘gout’ 역시 라틴어의 침(gutta)에서 유래된 말로 13세기 ‘악마의 침’이 관절에 침투해 생긴 병이라는 믿음에서 나왔을 정도다. 통풍은 발가락, 발목, 손가락, 무릎 등에 잘 나타난다.
전상현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철에는 혈액 속 요산 침착이 활성화돼 (통풍) 염증이 심해지고 증상이 더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국내 통풍 환자 계속 늘어…비만 남성 특히 조심=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통풍 진료 인원은 53만5100명으로 2019년 46만2279명 대비 15.8% 늘었다.
성별로는 2023년 기준 남성이 여성보다 약 12배 많다. 남성이 여성보다 단백질과 알코올 섭취가 많고, 남성의 경우 콩팥의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 여성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된다.
특히 비만한 남성은 통풍 고위험군으로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비만 자체가 체내 요산 생성을 증가시키는 데다 신장 기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 떨어져 요산 배설이 원활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잦은 회식 등으로 상대적으로 운동량이 적은 젊은 남성에서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알코올 통풍 위험 높여, 과음·과식 피하고 적정 체중 유지해야=통풍은 흔히 맥주를 많이 마시면 걸리는 병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종과 무관하게 알코올이 들어간 모든 술은 통풍의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이 콩팥에서 요산 배설을 억제해 혈중 요산을 증가시키기 때문이다.
다만 맥주는 효모, 보리 등 퓨린(purine) 함량이 높은 성분이 들어 있어 다른 술보다 더 위험하다. 퓨린은 체내에서 분해되면 요산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통풍의 위험은 음주량이 많을수록 올라간다. 약물도 조심해야 한다. 이뇨제 성분 중 싸이아자이드나 저용량의 아스피린, 결핵약도 요산을 증가시킬 수 있다.
통풍 치료에는 통증을 완화하는 항염증제와 요산 배설을 촉진하는 약을 사용한다. 통풍은 꾸준한 약물치료와 함께 식이요법을 통한 생활습관 개선이 중요하다. 통풍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과음, 과식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적정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 내장, 치킨, 등푸른생선 등 퓨린 함량이 많은 음식의 섭취를 줄이고, 액상과당이 함유된 음료나 가공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반면 저지방·무지방 유제품, 곡류, 채소, 과일, 달걀, 해조류 등 지방이 적은 식품은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소변을 통한 요산 배출을 도와줘 통풍에 좋다. 조깅, 등산, 수영 등 적당히 땀을 흘릴 수 있는 유산소운동 역시 통풍 예방에 도움이 된다. 반면 너무 과격한 운동은 요산 생산을 증가시키고 몸속에 젖산이 축적돼 요산 배설이 감소하면서 통풍 발작이 생길 수 있다. 통풍 발작이 나타날 때는 다리를 높은 곳으로 올리고 얼음찜질을 한 뒤 빠른 시간 안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상현 교수는 “통풍은 무엇보다도 식단관리와 함께 요산 수치를 낮추는 꾸준한 약물치료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박병탁 기자 ppt@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