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수행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개념설계’ 원본을 불법적으로 보유하고 기본설계에 인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화오션은 관련 규정이나 계약조건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은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 원본을 보유하고 이를 기본설계에 동일하게 활용한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보고 지난달 국군방첩사령부에 통보했다. 이에 따라 방첩사는 최근까지 방사청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통상 함정 건조는 개념설계→기본설계→상세설계·선도함 건조→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개념설계는 군 소요 확정을 위한 기본 구상으로 활용된다.
KDDX 개념설계 사업은 2012년 당시 한화오션의 전신인 대우조선해양이 수주했고, 2013년 10월 완료해 방사청에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 1부와 사본 4부, CD 3부를 제출했다. 개념설계 보고서는 3급 군사비밀이다.
하지만 한화오션은 당시 원본 1부를 추가 생산해 자체 보관하고 있다가 10년의 비밀 보관 기일이 만료된 2023년 11월 방사청에 제출했다. 방사청은 제출받은 원본을 단순 접수만 해놓고 있다가, 최근 비밀기록물 이관을 위한 작업 중 개념설계 보고서 원본이 2부인 것을 인지하고 지난 달 보안업무규정 위반 여부 확인을 위해 방첩사에 관련 사실을 통보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이 관련 훈령과 계약특수조건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방위산업보안업무훈령 상 개념설계 결과물 반납은 의무사항이고, 개념설계 계약특수조건에 따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산출된 노하우 및 제반자료에 대한 권리는 정부에 귀속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한화오션은 보고서 원본을 추가로 생산해 보유하면서 이를 방사청 승인 없이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는 점을 방사청은 문제 삼았다.
이에 대해 한화오션은 입장문을 내고 “기본설계 제안서에 개념설계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불법 인용 및 활용했다는 의혹 제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2012~2015년 HD현대중공업의 한화오션 KDDX 관련 군사기밀 탈취 사건 이후, 방위사업청은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제출한 KDDX 기본설계 제안서에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관련 내용들이 유용됐는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방사청 내 전문가와 보안팀, 방첩사령부 파견자 등으로 구성된 보안검증위원회를 3회에 걸쳐 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과정에서 보안검증위원회에서는 현대중공업과 함께 한화오션의 기본설계 제안서도 함께 살펴봤고,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보고서에 포함된 이미지가 제안서에 반영된 것을 확인했다”면서 “개념설계 보고서에 쓰인 이미지는 2020년 기본설계 제안서 작성 시에는 기한이 많이 지난 데이터였고, KDDX 사업 연계상 충실한 제안서 작성을 위해 자체 검토 하에 제안서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보안검증위원회도 일부 인용한 부분이 있다고 파악했지만, 최종 ‘문제없음’으로 결론 내렸고, 한화오션이 KDDX 개념설계 내용을 사전 승인 없이 활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이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정이 난 사안임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KDDX 개념설계 원본 보관 의혹’은 이전에도 제기된 바 있지만, 한화오션의 소명을 통해 논란이 종결됐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2012년 당시 군사기밀보호법 지침과 훈령에 원본을 보관하는 것이 위반이라는 근거가 없고, 당시 계약서 상에도 원본을 제출하라는 규정은 없었다는 것이다.
방사청이 한화오션의 개념설계 원본 보관 및 기본설계 내용의 제안서 활용 문제를 소급적용 가능하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2012년 개념설계 계약을 체결하면서 제출한 당시의 수령확인증과 제출공문에는 당사의 원본 보관 사실은 물론 원본 및 사본의 폐기 연한이 정확히 기재돼 있다”면서 “매년 상‧하반기 방사청, 방첩사, 국정원 등 관계기관의 보안검사에서 원본 보관 목록에 따른 실제 보관 여부 확인 절차를 통해 적법하게 원본 보관을 해왔는데, 소급적용하는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