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방위원회가 10일 연 12·3비상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를 5차 질의까지 끝내지 못하고 날짜가 11일로 넘어가면서 여야 합의에 따라 차수를 변경해 지속하기로 했다. 11일 0시 5분부터 6차 질의를 이어갔다.
새벽 1시쯤 들어서자 돌발 발언이 나왔다. 국군의 모든 작전부대를 지휘하는 합동참모본부 내부 보안시설(일명 B2벙커)과 정보자산이 공개되는 발언이 잇따랐다. 비상계엄 당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박안수 계엄사령관 등이 주둔해 계엄군을 지휘하던 곳이라 야당 의원들이 계속해 질타하고 몰아세우는 탓에 답변 중에 시설 명칭과 구조, 정보자산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북한에게 알려지면 안되는 군사 기밀이다.
비상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1시를 조금 넘겨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고 밝히며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등과 결심지원실(결심실)에 들어가 별도의 회의를 했다”며 결심실 회의를 처음 밝혔다.
결심지원실은 합참 지하 3층인 전투통제실 내부에 마련된 별도의 보안 시설이다. ‘보안시설 안의 보안시설’로 꼽힌다. 말 그대로 군 수뇌부가 안보 등과 관련한 사안을 결심하기 위한 회의 장소로 소수 인원만 출입이 가능하다.
박 육참총장은 지난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윤 대통령이 4일 새벽 1시를 조금 넘겨 합참 지휘통제실을 방문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결심지원실 존재를 처음 확인했다.
특히 추가 보충 답변을 하면서 합참 주요 회의실과 전투통제실, 결심지원실의 위치를 구체적으로 묘사해 답변을 제지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부랴부랴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방위원장과 국방부 장관 직무대리인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기밀인 군 지휘시설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긴급 제동을 걸었다.
야당 몰아세우자 답변 과정서 기밀 공개
심지어 국방위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가장 많을 질타를 받았던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도 “군이 수 년에 걸쳐 만든 중요한 정보 인적 자산의 실명을 언급하는 것도 자제해 달라”며 국방위원들에게 호소하기는 진풍경이 그려졌다.
야당이 강한 질책에 군 장성들이 답변 과정에서 기밀인 군 시설과 정보자산 등을 공개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야당이 주장하고 확인하려는 것은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에 깊이 관여했다는 정황이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1시에서 1시30분 사이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같은 경내에 지하로 연결된 합참 지하 4층 지휘통제실로 건너간(대통령실 국가위기관리센터와 합참 B2벙커가 연결된 것도 군사 기밀) 후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로 이동해 김 전 국방부 장관, 박 육참총장, 김명수 합동참모본부 의장 등 군의 주요 지휘관들과 전투통제실 내 별도로 마련된 결심지원실에 들어가 회의했다는 주장이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개한 CCTV 영상에 찍힌 군인들이 선관위 전산실 서버를 촬영하는 모습에 대해 야당 의원들이 질타가 이어졌고 국군정보사령부의 정보자산도 공개됐다.
야당에서 ‘(정보사 예하) 100여단은 누가 대기시켰느냐’며 선관위를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100여단은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정보사 예하 부대 중 하나로 역시 존재 자체가 공개되지 않는 기밀로 분류된다.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100여단의 임무에 관해 “군사보안상 답변이 제한된다”고 말을 아끼며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한 예비역 장성은 “비상계엄 당시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지만 군이 비밀리에 구축하고 현재도 북한에 대한 대비태세에 작전을 지휘하는 기밀 시설을 공개하는 것은 위험스러운 행태로 안보 손실로 이어진다”며 “야당도 진실 확인을 명분으로 무조건 몰아세우지 말고 군 최고 지휘관들도 책임 회피로 때문에 보안 사안을 노출하는 발언은 삼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