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증 유발, 악성으로 진행 가능성 클 때
직장인 김모씨는 최근 건강검진을 통해 담낭(쓸개)에 담석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담석의 크기가 작고 증상도 없어 담낭 제거 수술(담낭절제술)을 권유하지 않았지만, 김씨는 혹여나 담석이 급성 담낭염 또는 암으로 진행할까 걱정이 앞선다.
실제 김씨처럼 무증상이나 담낭암 등 합병증 예방을 위해 담낭을 제거할까 고민하는 이들이 많다. 강릉아산병원 암센터 간담췌외과 마충현 교수는 “담낭 없이 일상생활 하는데 문제가 없더라도 수술 적응증(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 외 무증상 담석 환자에게 예방적 제거 수술은 추천하지 않는다”며 “담석만으로 암이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정기적인 검진만으로도 큰 걱정 없이 지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담즙 결정화돼 생기는 ‘담석’
담낭은 간 아래의 작은 주머니로 간에서 생성된 담즙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저장된 담즙은 음식물이 들어오면 담도(담관)를 통해 십이지장으로 분비되고 지방 음식 소화, 콜레스테롤 대사, 독성 물질 배출 등의 기능을 한다.
담즙에는 콜레스테롤·담즙엽·빌리루빈이라는 물질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균형이 깨지면 담즙이 결정화돼 담낭 내 담석이 만들어진다. 비만, 급격한 체중 감소, 고지방식, 유전 등의 요인은 담석이 생길 가능성을 키운다. 간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질병도 담석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 교수는 “지방 함량이 낮고 섬유질이 높은 식단으로 담석 발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유전적 소인이 있는 경우 담석을 완전히 예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담석이 있을 때 이를 바로 알아채기란 쉽지 않다. 담석은 담낭 안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탓에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서다. 담석 산통으로 알려진 통증은 담석이 담낭이나 담도의 통로를 막아 압력이 상승할 때 발생한다. 평상시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오른쪽 윗배, 오른쪽 어깨, 명치 부위 등에서 간헐적 또는 지속적인 통증이 나타나곤 한다. 이외에 메스꺼움, 구토, 팽만감, 소화불량 또는 지나친 포만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담석은 시간이 흐르면 자극과 염증을 일으켜 담낭을 손상한다. 다만 담석이 무조건 암으로 변하지는 않는다. 암은 장기간 담석을 가진 환자, 용종과 동반된 경우 등일 때 주로 발생한다.
암 가족력 있으면 절제술 권장
담낭 제거술은 향후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한 최종 치료법이다. 특히 다발성 담석, 도자기화 담낭(담낭 벽이 석회화되는 현상) 등 합병증이나 악성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을 때는 절제술이 권장된다. 다만 수술 위험성이 높은 사람이나 일부 특정 성분의 담석을 가진 사람이라면 약물로 담석을 녹이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마 교수는 “약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비율은 30% 미만”이라며 “약물치료의 경우 콜레스테롤 결석만 우르소데옥시콜산 같은 약물로 용해되고 이 과정만 해도 몇 달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치료 기간이나 효과, 수술 위험도 등을 따져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거술은 크게 복강경·개복·로봇 수술로 나뉜다. 복강경 수술은 최소침습 수술(인체에 상처를 최소한으로 남기는 수술)로 0.5~1.2cm 크기의 작은 구멍을 3~4개 뚫고 카메라와 복강경 기구를 사용해 진행된다. 개복 수술은 갈비뼈 밑 배를 15~20cm 정도 갈라서 하며 이전 수술력이 존재해 복강 내 유착이 심하거나 천공 등에 의해 염증이 심각할 때 시행한다.
로봇 수술은 복부를 크게 절개하지 않고 카메라를 이용한다는 점에서 복강경 수술과 비슷하지만, 시야나 선명도가 크게 향상되고 정밀도가 더 높아 안전한 수술이 가능하다. 배꼽에 구멍 한 개만 뚫고도 수술이 가능해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최소화된다.
담낭 제거술 후에는 담즙을 저장하는 공간이 사라지게 된다. 그 결과 간에서 만들어지는 담즙이 담관을 통해 곧바로 소장에 흘러 들어간다. 초기에는 지방이 많은 음식을 먹을 때 소화 장애, 설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도하게 지방이 많은 식사를 피하는 등 단기적으로 식이 조절이 필요할 수는 있지만, 보통 2주 내로 해결되며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