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도 이런 대규모 웹툰 페스티벌이 생겨서 너무 좋아요. 아침 일찍 와서 팝업 스토어에서 굿즈도 쇼핑하고 웹툰 이전 만화의 역사도 볼 수 있어서 너무 신기하고 재밌어요.”
서울 송파구 롯데타운 잠실에서 19일 개막한 ‘2025 월드 웹툰 페스티벌’은 첫날부터 문전성시를 이루며 ‘글로벌 최고 웹툰 페스티벌’로의 도약을 시작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4만 2000명이 다녀가는 등 첫날부터 웹툰 팬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2일까지 나흘 동안의 행사 기간에 20만 명의 관람객이 ‘월드 웹툰 페스티벌’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7만 8000명보다 2.5배 이상 많은 수치다.
특히 개막 첫날에는 출연 작품 대다수가 웹툰이 원작인 신승호 배우가 ‘월드 웹툰 페스티벌’의 첫 홍보대사로 선정돼 ‘전지적 독자 시점’ ‘재혼황후’ ‘마루는 강쥐’ ‘스터디그룹’ 등 팝업 스토어를 돌며 팬들과 만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한 10대 관람객은 “웹툰을 너무 좋아해서 왔는데 신승호 배우가 와서 깜짝 놀랐다”며 “마치 동화 ‘피리 부는 사나이’처럼 다들 줄지어 신승호 배우를 따라다니고 있다”고전했다. 실제 그가 깜짝 등장하자 관람객들이 줄 지어 그를 따라다니며 사진과 영상을 찍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월드 웹툰 페스티벌’은 ‘웹툰 종주국’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처음 개최했다. 올해는 모바일에서 즐기던 웹툰을 현실의 공간으로 확장해 산업 경쟁력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줄 예정이다. 웹툰은 정보기술(IT) 발전과 함께 시작된 한국의 ‘문화 혁명’ 중 하나로 평가받는 중요한 대중문화 장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빨랐던 초고속 인터넷 보급을 배경으로 만화에서 웹툰으로의 전환이 빠르게 일어나면서 한국은 일본의 망가를 따라가던 나라에서 ‘웹툰의 종주국’이 됐다. 웹툰 탄생 20여 년이 지난 현재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원천 지식재산권(IP)으로 부상해 K스토리텔링의 원형으로 자리매김하며 미래 K컬처의 먹을거리로 부상했다. 또 우리가 따라 했던 일본, 프랑스, 미국 등도 이제는 K웹툰을 배우러 오는 등 글로벌 위상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월드 웹툰 페스티벌’에서는 이렇게 성장·발전한 K웹툰의 원류인 만화부터 현재 K웹툰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다양한 행사들이 마련돼 웹툰 팬은 물론 시민들을 사로잡았다. 1910년대 시사 만화와 민족 정체성을 담은 만화를 시작으로 1930~40년대 소년 잡지와 함께 상업화된 만화, 1950~70년대 신문 만화의 대중화와 장기 연재 트렌드, 1990년대 디지털화 등 만화에서 시작한 K웹툰의 역사를 한눈에 만날 수 있는 공간을 비롯해 직접 웹툰을 그려볼 수 있는 공간, 인기 웹툰 작가의 드로잉 쇼 등은 관람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또 올해 11주년이 된 IP ‘외모지상주의’, 북미 등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있다’, 등장 인물과 함께 하는 쿠키·음료·굿즈 등을 선보인 ‘전지적 독자 시점’, 스파오 의류·비비앙 향수·빼빼로와 컬래버레이션을 진행 중인 ‘마루는 강쥐’, 매트커피·치폴레 등과 컬래버레이션 중인 ‘재혼황후’ 등의 팝업 스토어는 첫날부터 사전 예약이 매진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웹툰 IP가 영상 콘텐츠화는 물론 굿즈로 상품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2004~2005년부터 시작된 웹툰을 보고 자란 세대가 이제 20대가 됐다. 이들은 웹툰 IP 굿즈에 아이돌 굿즈 만큼 충성도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K웹툰의 위상이 높아지는 가운데 ‘월드 웹툰 페스티벌’이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고 글로벌 팬들이 함께 하는 페스티벌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웹툰의 종주국임에도 그간 글로벌 규모의 웹툰 페스티벌은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1세대 웹툰 작가인 이종범은 “‘뉴욕 코믹콘’ ‘슈퍼마닐라 코믹콘’ 등 유명 웹툰, 만화 축제의 경우 각자 행사의 정체성이 있다”며 “‘월드 웹툰 페스티벌’도 자체 브랜딩을 통해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웹툰 행사는 지속성이 없었고 장소도 마련하기 어려워 매년 다른 곳에서 진행되기도 하는데 정체성과 브랜딩을 위해 공간의 연속성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경제·한국콘텐츠진흥원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