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럿이 함께 자는 환경에서도 개인의 숨소리를 분리해 수면 단계를 정확히 구분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나왔다.
분당서울대병원 윤인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김정훈 이비인후과 교수 연구팀은 슬립테크 기업 에이슬립과 협력해 공동 수면 환경에서 개인별 수면단계를 높은 정확도로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현재 코골이,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수면호흡장애를 진단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수면다원검사'다.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수면 중 뇌파와 호흡, 산소포화도, 수면 자세, 심전도 등을 측정할 수 있어 수면의 질과 구조를 평가하는 표준검사로 활용된다. 다만 여러 센서를 부착해야 하는 불편함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일상적으로 반복 측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웨어러블 기기와 수면 측정 애플리케이션이 대체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수면다원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떨어졌던 실정이다. 무엇보다 기존 수면 분석 기술들은 혼자 수면하는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다 보니 둘 이상이 함께 수면하는 경우 숨소리, 뒤척임, 코골이 등 타인의 소음으로 인해 개인별 수면 상태를 정확히 분석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숨소리만으로 깨어있음-렘(REM) 수면-얕은 수면-깊은 수면 등 4가지 수면 단계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하고 검증에 나섰다. 성인 44쌍(총 88명)이 한 침대에서 동시에 취침하는 공동 수면 상황을 조성하고 각자의 베개 옆에 스마트폰을 배치해 숨소리를 녹음했다. 이후 녹음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모델이 예측한 개인별 수면 단계를 수면다원검사 결과와 비교 분석함으로써 예측 정확도를 살폈다. 이 때 스마트폰에 더 가까이 누운 사람의 수면 신호를 자동으로 식별해 개별 분석하도록 학습된 AI가 사용됐다. 분석 결과 AI 모델은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해 4단계 수면 분류에서 Macro F1 점수 0.63을 기록했다. 이는 기존 웨어러블 수면 측정기기의 0.49보다 약 29% 높은 수준이다. '깨어있음-수면'의 2가지 수면 단계 분류 기준으로는 0.77로 뛰어난 예측 정확도를 나타냈다. Macro F1 점수는 다양한 수면 단계를 얼마나 정확하게 구분했는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예측 성능이 높다.
윤 교수는 "여럿이 수면하는 현실적인 환경에서 스마트폰 마이크만으로도 수면다원검사 수준의 정밀한 수면 분석이 가능함을 입증한 최초의 연구"라며 "수면 건강 관리의 접근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공동 수면 환경에서의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 진단을 위한 후속 연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수면의학(Sleep Medicine)’에 게재됐으며, 2024년 유럽수면학회(ESRS)에서 우수 초록으로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