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강달러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달러 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이른바 ‘제2의 플라자 합의’ 가능성에 선을 긋는 발언으로 읽힌다. 관세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강달러로 상쇄하고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려는 포석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센트 장관은 6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강달러 정책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온전히 유지되고 있다”며 “우리는 달러가 강력해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달러라는 표현에는 달러 패권을 지킨다는 의미와 환율 측면에서 달러 가치를 높게 유지한다는 뜻이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베센트 장관은 “달러 강세는 신뢰를 의미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일컫는다”고도 강조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약달러를 추진할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에 선을 긋는 발언이다.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체들의 수출을 뒷받침하고 무역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약달러를 선호할 것으로 봤다. 관세를 무기로 상대 국가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 달러의 가치를 떨어뜨리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 가능성까지 점쳐졌다.
이날 베센트 장관이 강달러 정책을 선언한 것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가능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나온다. 달러 가치가 높을 경우 미국이 해외에서 수입하는 물품의 가격은 저렴해지는 효과가 있다. 베센트는 앞서 지난달 상원 인선 청문회에서 “관세가 10% 오르면 달러 가치가 약 4% 오를 것이기 때문에 10%의 상승분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달러가 관세에 따른 물가 상승분을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관세정책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재발을 우려하는 응답자는 지난해 12월 조사 당시 16%에서 지난달 27%로 늘어났다. ING의 카르스텐 브제스키는 “관세 전쟁은 인플레이션 요인이며 이론의 여지가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인플레이션이 영구적으로 낮게 유지될 것으로 볼 이유가 거의 없다”고 평가했다. 다만 베센트 장관은 이날 인터뷰에서 관세가 지속적인 가격 상승 요인이라는 평가를 부정했다. 그는 “관세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소규모의 일회성 가격 조정이 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베센트 장관은 강달러 정책을 펼치는 대신 상대 국가의 환율 조작에는 엄정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것은 다른 나라들이 통화를 약화시키고 무역을 조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을 언급하며 “많은 국가에서 자유로운 무역이 이뤄지지 않아 대규모의 흑자가 누적되고 있다”면서 “이는 환율과 금리 억제가 요인일 수 있다”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