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률 높이려면 ‘비혼출산’ 편견부터 없애야죠”

2025-02-23

“한국은 초저출생 국가인데도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를 키우는 비혼 출산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멕시코나 프랑스에서는 비혼 출산율이 전체의 60%를 넘을 정도로 비혼 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가족에 대한 가치관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이인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본원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초저출생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결혼부터 한 뒤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유교적 사고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혼 출산은 결혼을 하지 않은 여성이 아이를 낳는 경우다. 결혼은 하고 싶지 않지만 아이를 원하는 경우부터 동거 중 출산하는 사례 등 사유는 다양하다. 그러나 어떤 이유든 국내에서는 ‘비혼 출생이면 사생아’라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

2022년 출범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인구 관련 민간 싱크탱크다. 통계청장과 한국경제학회장 등을 지낸 이 원장은 사회적으로 논란이 된 유명인들의 비혼 출산 문제를 언급하면서 “합계출생률이 높은 나라 중 비혼 출산율이 30% 아래인 국가는 없다”며 한국이 초저출생 국가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해결 과제 중 하나로 비혼 출산을 지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전체 출생아 중 혼인 외 출생아, 즉 ‘혼외자’ 비중은 4.7%(1만 900명)로 처음으로 1만 명을 돌파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과 유럽연합(EU) 평균인 41.9%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1981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정도로 국내에서도 갈수록 비혼 출산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원장은 “(꼭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동거를 하다가 아이를 낳고 사는 문화, 느슨한 의미의 가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전했다.

물론 비혼 출산에 대한 인식 전환만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출생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원장은 정부와 함께 기업의 역할을 강조했다. 일시적인 금전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육아휴직으로 인한 여성의 경력 단절에 대한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육아휴직 급여 지원은 상한액이 정해져 있어 당장 소득 감소를 걱정해야 하는 근로자가 대부분”이라면서 “아이를 낳게 되면 지출은 늘어나는데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에 단순히 쉬는 것보다는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해 직장 상실과 소득 감소에 대한 불안을 줄여주는 게 현실적인 지원책”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연구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게시판을 키워드별 감정을 분석한 결과 결혼에 대해 느끼는 감정 중 ‘슬픔’이 32.3%로 가장 높았다고 한다. 육아와 육아휴직도 각각 32.0%와 34.7%로 슬픔이 우세했다. 출산은 ‘혐오(23.8%)’가 가장 높았다. 이 같은 분석 결과는 결혼·출산을 기피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직장인들 사이에 결혼과 출산, 육아휴직으로 인한 경제적인 문제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며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해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9년 만에 처음으로 반등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러한 출생률 반등에 대해 이 원장은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기저효과”라고 분석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미뤄뒀던 결혼이 2023년부터 이뤄졌고 그에 따라 지난해 일시적으로 출산율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사회적으로 결혼·출산을 응원하고 지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앞으로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이러한 분위기를 장기간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원장은 정부의 저출생 대책이 눈에 띄는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돌봄과 일·가정 양립 등 출산·육아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의 저출생 관련 예산 규모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OECD 평균인 2.4%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인구 컨트롤타워인 인구부를 신설해 저출생 고령화 대책을 보다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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