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1460원에 달하는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나 리먼사태 등 경제위기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머지않아 2021년, 2022년처럼 달러당 1100원대나 1200원대로 안정되리라는 전망이 공감을 사는 이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환율이 드라마틱하게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202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크게 미국경제 호조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국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4원으로 2021년, 2022년에 비해 각각 19.2%, 5.6% 절하됐는데, 인덱스로 측정한 달러화는 2021년, 2022년에 비해 각각 9.0%, 2.1% 절상됐다. 국내 요인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분이 2021년 대비 10.2%, 2022년 대비 3.5% 남짓함을 말해준다.
국내 요인은 한·미 금리격차를 제외하면 구조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지속해서 약화돼 잠재성장률 1%대의 늙은 경제로 추락했다. 중국의 전방위적 추격에 산업경쟁력이 포박당해 한국의 자존심인 메모리반도체조차 수익이 급감했다. 글로벌화 쇠퇴로 세계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 한국이 힘쓸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설상가상 계엄사태로 인해 개도국 낙인이 찍힐 가능성마저 커졌다.
경제적 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계량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구조 변화를 국면전환이나 체계변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레짐 스위칭(regime switch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분석한다. 즉, 중요한 경제 구조가 변화하면 이를 분석·전망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본 한국경제를 둘러싼 몇 가지 구조변화가 단기간 내에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원화환율이 점차 아래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해도 하락의 속도와 레벨은 일반적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틀로 한국경제를 설명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원화 환율이 20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의 분석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국내요인을 뺀 대외요인, 즉 달러화 강세로 인한 상승분만큼만 하락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경제에서 레짐 스위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 있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환율이 다시 큰 폭 떨어지리라는 전제하에 의사결정을 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신민영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