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힐 "보수진영 내부에서조차 회의론"
NPR "실현 어려운 정치적 제스처 불과
[워싱턴=뉴스핌] 박정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미국인에게 최소 2000 달러(290만 원)의 관세 환급금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미국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내 주요 현지언론은 이 계획의 재원 마련 방안 등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
미국의 정치 전문매체 더힐(The Hill)은 1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수익을 미국인들에게 현금으로 환급하겠다며 여론전에 나섰지만, 구체적 절차와 재원 마련, 정책의 지속 가능성 등 핵심 요소들이 결여돼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법적·행정적 난관뿐 아니라, 보수 진영 내부의 회의론에도 직면해 있다는 것이다.
더힐은 먼저 미국의 비영리 재정 감시단체인 책임감 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의 분석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저소득층과 중산층 가구에 2000 달러씩을 지급하려면 6000억 달러(876조 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누적 관세 수입은 1200억 달러(174조 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관세 수입만으로는 약속한 금액을 지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관세 배당금을 지급할 경우 오히려 국가부채를 늘릴 가능성이 크므로,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국가부채 상환' 논리와도 모순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초 연방정부 규모를 축소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가 예산 절감액을 국민들에게 직접 환급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공화당 내에서는 그 재원을 국가부채 상환에 써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실현되지 못했다.
미국의 공영라디오방송 NPR도 트럼프 대통령의 2000 달러 관세 수입금 환급 제안은 치밀하게 설계된 정책이라기보다는 오른 생활비와 인플레이션에 지친 미국인들을 향해 '2000달러 수표'를 제시하면서 '뭔가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정치적 제스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세제재단(Tax Foundation) 연방 세제정책 담당 에리카 요크 부회장은 방송에 "가장 보수적인 추산을 적용해도 관세 수입으로는 약속한 환급금에 턱없이 부족하다. 저소득층에게만 환급금을 줘도 재원이 모자란다. 오히려 국가부채가 늘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NPR은 이러한 현실적인 난관 때문에 실제 배당금 지급이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처럼 현금이 아니라 감세 등 다른 형태가 될 수 있음을 트럼프 행정부 관리들조차 거론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일요일 오전 시사프로그램인 ABC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해 "2000달러 배당은 여러 형태로 제공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대통령 공약에 따라 팁, 초과근무수당, 사회보장연금이 모두 비과세가 되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10일자 사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환급금 제안을 "정책적·경제적으로 모순된 발상"이라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WSJ는 "관세는 외국과의 무역 전략을 위한 규제 도구일 뿐, 해마다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지급할 만큼 확정적인 세수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실제로 관세로 직접 가계에 지급하는 현금이 일시적으로 부담을 덜어줄 수는 있지만,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악화시키거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러한 현금 지원 약속은 GOP(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으며, 진행 중인 대법원 심리와 맞물린 정치적 고육책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을 통해 관세 정책을 옹호하면서 "고소득층을 제외한 모든 국민에게 최소 2000 달러의 배당금이 지급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는 10일 다시 "저소득층과 중산층 미국 시민에게 지급되고 남은 잉여분은 국가부채 상환에 사용될 것"이라고 거듭 밝혔다.
dczoomi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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