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양행(000100)의 ‘렉라자’와 얀센의 ‘리브리반트’를 함께 사용했을 때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생존기간이 경쟁 약물 ‘타그리소’보다 1년 이상 늘릴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타그리소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약 3년인 점을 감안하면 4년이 넘는 생존기간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서는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요법이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의 1차 표준 치료방법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유럽폐암학회(ELCC)는 20일(현지 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EGFR 돌연변이를 지닌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과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비교한 글로벌 임상 3상 ‘마리포사(MARIPOSA)’의 논문 초록을 발표했다.
임상 결과에 따르면 추적관찰 시점 37.8개월까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 치료를 받은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아직 측정되지 않음’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전체 생존기간은 개인 차이가 크기 때문에 중앙값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100명의 환자가 있다면 50번째 환자가 사망하는 시점에서 중앙값이 결정된다. 하지만 렉라자 병용요법군에서는 연구 시점까지 절반 이상의 환자가 생존해 중앙값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타그리소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36.7개월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 병용요법을 사용했을 경우 3년 이상의 연구 시점까지 절반 이상의 환자가 살아있었다는 연구 결과"라며 "생존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타그리소 대비 최소 12개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존슨앤드존슨(J&J)이 “렉라자 병용요법이 현재 표준 치료제인 타그리소와 비교해 생존기간을 1년 이상 개선했다”고 밝힌 것과 일치한다. 결국 타그리소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이 약 3년임을 감안할 때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1차 요법으로 투여하면 최소 4년이 넘는 생존 연장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번 연구에서 36개월 시점에서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군의 생존율이 60%, 타그리소 단독 투여군이 51%로 나타났다. 아울러 병용 투여군의 사망 위험이 타그리소 단독 투여군에 비해 25% 낮고, 유의미한 생존 연장 효과를 보였다는 점도 확인됐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임상 데이터가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을 1차 치료제로 활용했을 때의 결과인만큼 현재 1차 치료제인 타그리소 단독요법을 제치고 1차 치료방법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타그리소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가이드라인에 ‘선호(Preferred)’ 요법으로 등재된 반면 렉라자 병용요법은 ‘권고(Recommended)’ 단계에 머물러 있다.
만약 렉라자·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1차 치료의 새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렉라자의 시장가치가 대폭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렉라자 해외 매출의 10% 이상을 로열티로 받는 유한양행 입장에서는 기술료 수익이 급증하면서 큰 폭의 매출 성장도 기대할 수 있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 데이터 기반으로 렉라자 병용요법이 표준치료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생존율 개선, 부작용 감소, 환자 편의성 등이 기대되는 리브리반트 피하주사(SC)제형 허가로 시장 침투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연구결과는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본 행사에서 제임스 양 국립대만대학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