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연구진이 칩을 이식해 척수마비(하반신 마비) 환자를 다시 걷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2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자푸민 상하이 푸단대 교수팀은 최근 임상 시험에서 척수마비 환자 4명에 '삼중 통합 뇌-척추 인터페이스 기술'을 적용한 수술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2시간 정도의 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들은 모두 24시간 이내에 다리를 움직였고, 몇 주만에 독립적인 보행이 가능해졌다. 이와 함께 신경 기능까지 회복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뇌와 척수에 전극 칩을 이식해 다리로 가는 '신경 우회로'를 만들어 신체 기능을 재연결하는 방식으로 환자들이 다시 걷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경계를 재구축하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뇌과학 스타트업 뉴럴링크 역시 두뇌칩을 이식해 척수마비 환자를 다시 걷게 하겠다는 목표로 칩을 개발하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다.
다만 뉴럴링크 두뇌칩이 별도의 로봇팔과 로봇다리 등 기계 장치에 전극을 연결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과 달리, 중국 연구진은 이보다 더 나아가 마비된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다.
임상시험에 참가한 34세 남성은 2년 전 3m 높이에서 추락해 하반신이 마비된 환자다.
그는 지난 1월 8일 4시간에 걸친 수술을 통해 직경 약 1㎜의 전극 칩 두개를 운동피질에 이식했다.
수술 후 24시간만에 양쪽 다리를 들어 올릴 수 있었고, 2주 뒤에는 오른쪽 다리를 들어 움직이는 장애물을 넘고 보조기의 도움으로 5m 이상 걸었다고 한다. 또한 연구진에 “발이 따뜻하고 땀이 나고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그 외에 3명의 환자도 2~3월에 걸쳐 수술을 받았고 현재 모두 걸을 수 있게 됐다.
주 교수는 “과거에는 모두가 해외의 고급 의료 장비에 의존했으나 이제는 세계 최초로 독자적 '뇌-척추 인터페이스' 시스템 솔루션을 달성했다”며 “이식 후 3~5년간의 재활 훈련을 병행하면 환자의 신경이 다시 연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현재는 뇌-척수 인터페이스를 구축하기 위해 3개의 칩을 이식해야 한다며, 향후 이 침습수술의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칩을 하나로 줄이는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