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자는 훌륭한 인품과 학문을 갖춤으로써 존경을 받는 이상적인 인간상을 칭하는 말이다. 이에 반해 소인은 비열하고 옹졸한 인품에다 무식과 고집이 몸에 절어서 사회에 해악을 끼치며 살아가는 사람을 말한다. 군자는 하늘의 이치 즉 순리를 따르고자 하므로 날로 위를 바라보며 향상하고, 소인은 사사로운 욕심에 취해 허덕이기 때문에 갈수록 오물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매미는 시원한 나무그늘에서 세상을 향해 청아한 노래를 전하지만 화장실 파리는 평생을 화장실에서 앵앵거리며 사는 것이다.

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지위가 높고 돈이 많다 해서 군자 행세가 절로 되는 건 아니다. 평소 닦지 않은 교양과 수양하지 않은 인품이 돈이 많대서 어느 날 갑자기 군자의 풍격을 만들어 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어떤 책을 읽고 누구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정갈한 음식을 먹으면 몸이 건강하듯이 속 깊은 독서를 하고 맑은 사람을 만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식과 인품의 윤기가 흐르는 군자가 될 수 있다. 사람으로 태어나 정신이 상류의 맑은 물을 향해 오르지 못하고, 하류의 탁한 물에서 텀벙대며 호의호식만을 삶의 가치로 여긴다면 화장실 파리와 다를 게 무엇이겠는가!
김병기 서예가·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