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만 가득찬 정부의 '트럼프 2기' 시대 [기자수첩-정치]

2024-11-24

우려와 걱정 속 '트럼프 2기' 출범 확정

정부, '신 행정부'에 대한 무한한 확신 보내

외교·안보는 국민 생명과 직결…현실적 전략 필요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 속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확정됐다. 그의 당선 소식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시민들과 기업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다. 그도 그럴 것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정치인의 정상적인 범주를 벗어난 인물이다.

집권 1기 동안 트럼프 당선인은 기존의 정치 문법과 외교 관례를 깨뜨리고 독특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이어갔다. 일관성 없는 정책과 결정은 불확실성을 키웠고, 전문가들조차 트럼프 당선인을 상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 입을 모았다. 이는 현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의 당선에 예외적인 반응을 보인 곳도 있다. 바로 우리 정부다. 윤석열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케미스트리'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고, 대통령실을 포함한 외교부와 통일부는 미국 신(新) 행정부에 대한 우려 섞인 수많은 질의에 '무한한 확신'과 '자신감'을 답으로 줬다. 한미동맹의 강화는 당연한 일로 여겨졌고, '한반도 패싱' 가능성은 아예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정부의 입장만 듣는다면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트럼프의 대(對)한국 우호적 행보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것이다.

정부의 긍정적인 태도를 '틀렸다'고 함부로 규정할 수는 없다. 지나친 염려는 오히려 문제를 키울 수 있고, 힘든 현실에서 정부의 지나치게 부정적인 전망은 국민들에게 불필요한 우울감을 줄 여지도 있다.

문제는 정부의 확신이 단순한 낙관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실적 변수에 대한 점검을 뒷전으로 한 외교·안보 전략은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치적 이벤트로 끝날 수 없는 외교·안보는 북한의 도발이 고조되고 한반도 안보 위기가 심화되는 지금 국민의 생명과도 직결된 사안이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철저한 준비와 냉철한 현실 점검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 쉽게 예단할 수 없는 국제 정세 속에서 낙관 만으로 외교를 설계하는 것은 홍수를 앞두고 둑의 균열을 방치하는 것과 같다. 긍정적인 시각에만 의존하는 정부의 태도는 향후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배신감을 안겨줄 수도 있는 법이다.

트럼프 2기라는 새로운 국면 앞에서 정부가 외교·안보 지형 변화를 정확히 파악하고 전략을 재점검할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한 줌 일수도 있는 '꿈과 희망'은 잠시 접어둬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가 무한한 신뢰를 보낼 만한 상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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