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어 닥친 미 허리케인…대형 재난의 선거공학

2024-10-10

대형 재난이 닥치면 정부의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 특히나 선거를 앞두고 터진 재난 재해와 정부의 대처 능력은 유권자들에게 중요한 심판 척도가 된다.

미국도 그랬다. 2005년 8월 미 본토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는 최소 1380명의 인명 피해(사망·실종)를 낳았고, 대응 및 피해 수습 과정에서 병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듬해 상·하원 중간선거에서 대패하고 말았다. 반면 2012년 대선을 일주일 남겨놓고 허리케인 샌디가 닥치자 대책회의를 진두지휘하고 공화당 소속 크리스 크리스티 당시 뉴저지 주지사와 피해 현장을 돌며 재난 대응 사령탑 이미지를 부각시킨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막판 부동층 표를 흡수하며 재선에 성공했다.

2주 전 핵심 경합주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를 포함한 남동부를 휩쓸며 2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허리케인 헐린에 이어 또 하나의 초대형 허리케인 밀턴이 남부 플로리다를 관통했다. 11월 5일 미 대선을 앞두고 연이어 닥친 대형 재난이 ‘옥토버 서프라이즈(10월의 돌발변수)’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공교롭게도 피해 지역 상당수가 공화당 강세 지역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듯 바이든·해리스 행정부의 대응을 질타하며 공격 소재로 삼고 있다. “연방정부와 노스캐롤라이나의 민주당 주지사가 공화당 지역 사람들을 돕지 않으려 한다”고 비난했고, “해리스가 연방재난관리청(FEMA) 자금 10억 달러(약 1조3400억원)를 불법 이민자 주택 비용에 썼다”고 주장했다. 근거가 뭔지는 대지 않았다. 일부 극우 인사들은 심지어 “정부가 허리케인 경로를 조작해 공화당 우세 지역에 피해가 집중되게 했다”는 음모론을 퍼뜨리고 있다.

이런 공격이 잘 먹혀들지는 않는 모습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유력 지역지인 샬럿 옵서버는 최근 사설을 통해 “트럼프가 재난 상황을 정쟁화하며 거짓과 음모를 유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것은 선거운동의 기회가 아니다”는 경고도 했다.

선거가 임박할 때 유권자들의 민심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다. 하지만 태풍이 지나가고 나면 할퀴고 간 상처가 드러나듯 투표가 끝나고 나면 민심의 매서움을 실감하게 된다. 미 유권자들도 조용히, 그러나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을 것이다. 바이든·해리스의 재난 대처가 어땠는지를, 그리고 트럼프가 편 재난의 정치 무기화가 타당했는지를 말이다. 그 결과가 투표함 개봉과 함께 표출될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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