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한국 컨소시엄이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연구로)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이룬 것에 대해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도 한미간 협력에 문제가 없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1차관은 17일 열린 기자단 화상 브리핑에서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서 기술 수출 성과를 거둔 것은 순수한 과학기술 성과일 뿐 아니라 한미 기술동맹,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도 큰 의미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차관은 “(이번 계약은) 세계 연구로 수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우리가 연구로 수출 선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청신호”라고 설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로 구성된 컨소시엄은 16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대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사업은 미주리대가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 생산 등을 위해 열출력 20㎿(메가와트)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를 건설하기 위한 첫 단계로, 계약 규모는 1000만 달러(약 142억 원) 수준이다. 초기설계는 연구로 개념설계에 앞서 건설 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설계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이며, 다음 단계로 진행될수록 계약 금액은 더 늘어난다. 미국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전체 사업 규모는 8~10년간 약 1조4000억 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023년 4월에 공고된 이번 사업에는 다수의 미국 기업과 해당 분야에서 한국의 경쟁국가로 여겨지는 아르헨티나의 인밥 등 7개 기업 컨소시엄이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원자력연구원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이 참여했으며 지난해 7월 최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한국 컨소시엄은 컨소시엄간 유기적 협력, 고밀도 우라늄 핵연료 기술과 연구로 수출을 통해 갖춘 경험, 정부의 지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계자는 “초기 단계 이후 개념 설계 단계를 수행하는데, 첫 단계를 수행하고 2~3개월 후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대부분 초기단계에서 선정되면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다음 단계에서도 최종 협상 대상자로 선정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추후 한국의 원자로 개발 기술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200여기 원자로 중 70% 이상은 40년 이상 노후화 한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앞으로 연구로 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연구로 관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연구용 원자로 해외 진출 활성화 전략’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가별 원자력 도입 성숙도에 따른 맞춤형 진입 전략에 따라 수출의 성과와 부가가치를 높이며, 연구로 수출과 함께 우리가 기술 우위에 있는 핵연료 공급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연구로 관련 기업을 육성하고 기술 고도화를 위한 R&D 지원도 확대하겠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이번 계약은 최근 불거진 민감국가 지정과 관련해 한미간 과학 협력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원자력연구원은 지난 14일 미국 DOE 산하 아르곤국립연구소(ANL)간 협력 MOU를 체결한 바 있다. 두 기관은 이달 중 소듐냉각고속로(SFR) 공동연구를 착수할 예정이다. 핵 융합 분야에서도 협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국 핵융합연과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연구소(PPPL)・ 지에이(General Atomics)사 등 미국의 주요 연구기관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4개 과제가 원활히 추진 중이며, MIT와의 고온초전도 공동연구도 이달 중 신규 착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5일에는 미국 DOE 산하의 오크리지 연구소(ORNL)와 프린스턴 플라즈마 물리 연구소(PPPL) 등 미국 측 전문가들과 핵융합 협력 활성화를 위한 회의가 국내에서 개최되기도 했다.